[음식]"케이크 빠진 성탄절은 싫어"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53분


◇테마별로 본 케이크 전문점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파티라면 기본 소품이 케이크다. 엄청난 수요 탓에 어지간한 케이크집들이 일년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소화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형화된 옛날 크림빵 스타일은 웬만해선 찾기 힘들다. 생크림도 싱거워 흐늘흐늘 떨어지는 ‘무스’스타일, 과자와 비슷한 ‘타르트’ 케이크가 대세를 이룬다. 달고 한입에 쏙 잘 ‘안기는’ 맛이 차 한 잔과 잘 어우러진다.

말만 잘하면 케이크 위에 초코크림으로 “사랑해 ○○야” “우리 둘만의 성탄” 등 ‘문자메시지’도 띄워준다. 하트 별 산타클로스 등 무늬도 다양하다.

◇아차…바빠서…"한밤에도 팔아요"

요즘 서울의 큰 케이크전문점들은 ‘일본유학파’들이 점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주방장 사장 명함에 ‘동경제과학교’ ‘오사카과자학교’ 등의 이력이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브에는 밤 12시쯤 와서 친구들이랑 케이크를 사가기로 했어요.”

서울 압구정동 ‘쉐마리오’(02―543―6396)에서 만난 차수옥양(21·중앙대 유아교육 3)은 저녁때까지도 ‘싱싱한’ 이 곳의 케이크를 좋아한다. 사장 겸 주방장인 고경환씨(32)가 오전 2시 반까지 계속 만들어 팔기 때문. 기본적인 내용물만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손님이 오면 구워서 크림을 얹는 작업을 한다. ‘돔 초콜릿’(2만1000원)케이크가 크리스마스용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아몬드 코코아 등으로 만들어 순금으로 북두칠성 장식, 화이트초코로 달을 만들어 ‘우주’를 표현했다. 조각 케이크 ‘무스필라델피아’(4000원)는 깜찍한 하트모양 ‘한입’거리로 연인용 선물로 적합하다.

서울 신촌의 ‘광케익’(02―324―2325)은 아예 24시간 영업한다. 교통이 막혀, 회사 망년회로 케이크 살 시간을 놓친 아빠들이 이곳에 들르곤 한다. 일본 음식 ‘화과자’(1만5000원)는 이곳만큼 전문적인 곳이 드물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해 ‘짱구’ ‘피카추’ 같은 만화 캐릭터도 그려준다.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사슴 장식이 정교하게 얹혀 있는 치즈케이크, 망고무스 등이 3만원 안팎이다.

◇보기 좋은 케이크가 맛도 좋대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위치한 ‘미고’(02―362―6971)는 ‘크리스마스용’을 원하면 모든 제품에 10%의 추가요금을 붙이는 대신 빨간색 원통에 녹색 리본 등으로 겉포장을 화려하게 해준다. 케이크 안에 조그만 장식을 붙여주는 건 물론이다. 딸기 치즈 호박 고구마 등 제품 수가 30종이 넘는다. 케이크 특유의 느끼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라띠에르’(02―594―0189)에는 화려한 2단 3단 케이크를 2만8000∼3만6000원에 살 수 있다. 초콜릿울타리 트리 벨 방울 등 큼직큼직한 소품들이 케이크를 둘러싼다. 전통적인 생크림 맛을 잘 살린 곳이다.

◇살찔까봐…"다이어트 제품도 있어요"

기념일이지만 살찌는 게 싫어 케이크 먹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다이어트 제품을 만드는 곳도 있다. 천연 모과와 물로만 만든 특수당(糖)을 소재로 해 칼로리를 대폭 낮춘 ‘무설탕 케이크’를 판매하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리데’(02―392―0836)도 그 중 하나. 고구마 딸기 케이크가 일반 케이크보다는 2배 이상 비싼 5만∼8만원 수준이다. 다른 제품들도 재료에 특히 신경을 쓴 것 같다. 술에다 6개월 정도 재워 둔 과일을 넣은 쿠키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통조림 과일 대신 매일 장을 봐 천연과일만을 이용한다. 조각 케이크는 2500∼3000원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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