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59분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이경혜 글 양혜원 그림/204쪽 8500원 문학과지성사▼

박쥐가 우리와 가까울 때가 있었다. 경첩, 노리개, 비녀, 베갯잇 등에 박쥐를 새겨 놓고 상서로움을 빌 때가 있었다. 지금 박쥐는 무섭고 불길한 일을 암시하는 존재로, 혹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쟁이의 대명사로 쓰이곤 한다. 이 작품은 그런 박쥐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라 색다르다.

‘아름다운 밤’이라는 뜻을 가진 박쥐 공주 미가야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동화에는 박쥐의 생태 특징이 잘 녹아 있어 박쥐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미가야 공주가 태어나 일주일 만에 젖을 떼고 처음으로 날아 자기먹이를 스스로 찾아야 했을 때의 순간은 당혹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막막한 절벽에 선 듯이 두려울 때 눈 질끈감는 용기로 넘어가는 그 과정이, 만약 기억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의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이 동화에서 새롭게 보이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기’이다. 모든 자연을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박쥐는 불길하고, 고슴도치는 미련해 보인다. 그러나 박쥐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는 ‘털도 없어 옷이란 것으로 온몸을 감싸고, 꼬리도 없이 날지도 못하는 납작한 얼굴을 가진 우스운 무리’일 뿐이다. 더구나 인간은 그 무엇보다도 자연을 많이 훼손시키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무지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더 큰 생명력이 있음을, 작가는 오소리와 고슴도치와 미가야 공주가 각각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가야 입을 통한 충고는 다시 생각해 볼 만하다. ‘뭘 잘도 만들어 내는 인간아/ 재미있기야 하겠지만 /이것 저것 짐이 많아 /날개가 있어도 날기는 글렀구나’.

작가는 시선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모든 자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작가의 목소리가 아무 장치없이 드러날 때가 있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

김 혜 원(주부·36·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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