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9시 01분


유명한 영국 수학자 펜로즈는 세계를 크게 물질세계와 마음의 세계, 그리고 이상세계로 구별했다. 그는 물질세계는 마음의 세계를, 마음의 세계는 이상세계를, 이상세계는 다시 물질세계를 지배한다고 하면서, 이상세계란 바로 수학의 세계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수학을 일반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제가 ‘우주와 찻잔―진리와 미의 수학’인 이 책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이다. 역자는 이 책을 만난 뒤 “물과 산이 있어도 알지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문득 그 물과 산이 내 곁에, 그리고 내 안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음을 발견했듯이, 어느 순간 내 곁에 수학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모나리자’ 그림으로도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수학을 통하지 않은 것은 진정한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듯이 실로 수학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 왔다.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는 것은 하루 일과가 수학과 함께 시작함을 뜻한다.

이 책은 ‘사회와 수학’의 장에서 다수결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투표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정부의 예산이나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겨 놓은 부동산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설명,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죄수의 딜레마나 게임 이론도 아주 재미있게 다룬다.

‘진리와 수학’에서는 우연과 필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배중율, 20세기 최고의 수리논리학적 발견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다룬다. 마지막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소개하고, 에너지 보존법칙과 대칭성 불변법칙의 동일성을 증명한 독일 최초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의 이야기도 진지하게 들려준다.

유명한 수학자 헤르만 바일은 “내 작업은 항상 진리와 아름다움을 결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종종 아름다움을 선택한다”고 했다. 수학은 미학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잡은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수학은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큰 산이 그러하듯이.

바쁘게 살고 있으면서도 수학적 교양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는 지하철에서의 신문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학/K C 콜 지음/박영훈 옮김/

264쪽 1만5000원/경문사▽

김홍종(서울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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