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일본 문부성이 지원하는 학술진흥공모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인, ‘고전학의 재구축’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교토대에서 주관하고 관련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학술프로젝트인데(1998∼2002), 일본학, 중국학, 티벳학, 인도학, 이스라엘학, 이슬람 및 이란학, 서양 고전학 등을 모두 포괄한다. 연구 성과를 ‘강좌 고전학’ 총서로, 고전 번역의 결과를 ‘고전선집’ 총서로 각각 간행하게 된다.
소식지를 보면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고전학의 여러 분야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보편적 고전학의 패러다임을 지향하며, 새로운 고전 번역을 통해 새로운 고전상을 제시하고, 고전학 전문가 이외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연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고전학 이외의 학계 및 일반인들 사이에 고전 자체 및 고전의 가치와 고전학의 장래에 대한 논의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킨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고전 국역 관련 학술프로젝트나 지원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1968년부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72년부터 분담해 국역 사업을 시작해 94년에 마무리지었다(북한은 75년 시작, 91년 완성).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체계적, 지속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왔는지는 의문이다. 무관심과 몰이해로 인해 국역 사업이 중단되는 일마저 있었는데, ‘우여곡절’ ‘각고의 노력’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사업이었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란 어떤 의미에서, 고전 연구와 번역을 통해 새로운 인간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것, 요컨대 법고창신(法古創新)에 실패한 인문학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시대가 급변할수록 고전 읽기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진다. 여러 시대 여러 전통의 다양한 사고 방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동시대에 국한되어 있는 시야와 언어를 뛰어넘는 통찰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의 도래와 함께 다양한 성격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라는 것들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2001년이 고전 연구 및 번역과 관련한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함께 시작되기를 바란다면 백면서생의 물정 모르는 꿈에 불과할까?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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