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동아일보 선정책 '조화로운 삶'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9시 20분


<2000년 한 해를 마감하며 동아일보 ‘책의 향기’팀은 ‘올해의 책 10’을 선정했다. 그 중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보리)을 ‘올해 최고의 책’으로 뽑았다.

좋은 책이 이 책들 뿐은 아닐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출간된 수많은 양서들 중 단지 10권을 고른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책의 향기’ 팀이 고심 끝에 나름대로 정한 선정기준은 이렇다.>

◆ 어떻게 뽑았나 : 품격-대중성 고려

제일 먼저 품격과 대중성을 겸비한 교양서를 꼽으려 했다. 이 시대 역사와 문화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거나 그 변화를 비판적으로 이끌어 건강하고 풍요로운 문화에 기여하는 내용이 담겨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많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등도 고려대상이 됐다.

교양독서층에게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아쉽지만 전문학술서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편의상, 문학 인문 예술교양 사회과학 경제경영 자연과학 등의 분야로 나누었다. 한 장르에 여러 권의 책을 선정할 수 없어 ‘올해의 책 10’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출판된 책들 중 먼저 70여권을 골라 논의에 들어갔다. 담당 기자 4명은 말 그대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책을 고르면 저 책이 눈에 아른거렸다. 선정 과정에서 장르별 안배를 고려했고 국내 필자의 저서와 번역서의 균형을 잡고자 했다.

오랜 격론 끝에 ‘조화로운 삶’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들어가지 못한 책들에도 빼어난 앙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장르 안배 등의 사정으로 인해 빠졌을 뿐이다.

그러나 10권 중 국내 필자의 책이 절반을 넘지 못해 ‘책의 향기’팀도 아쉬움을 느낀다. 국내 필자들의 좋은 책은 주로 전문학술서였기 때문에 부득이 제외한 것이다.

◆ '조화로운 삶'은 3만여부 팔려

▽‘조화로운 삶’은 어떤 책?〓 2000년 4월 발간되어 지금까지 약 3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 미국인 헬렌 니어링(1904∼1995)과 스코트 니어링(1883∼1983) 부부가 자신들의 산간 생활 체험을 담백한 어조로 풀어낸 감동적인 책이다. 최근 환경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공부했던 헬렌, 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교수를 지냈던 스코트. 우아하고 도회적으로 살 수 있었던 이들 부부는 뉴욕의 자본주의적 삶을 버리고 1932년 버몬트라는 산골로 들어간다. 이 책은 이후 54년까지 그들의 자연주의적 삶에 대한 기록이다.

일년의 절반은 먹고 사는 일에, 나머지 여섯달은 연구하고 여행하고 책읽고 사색하는 일에 투자했던 그들. 문명 저편, 성스럽고 평화로운 자연의 삶이 투명한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 삶은 진실하고 겸허하다.

또다시 경제 위기설이 나돌면서 매일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독자라면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실천문학사)도 권하고 싶다.

◆ 나머지 9권은…각 분야별로 선정

▽나머지 아홉권은 어떤 책?〓허만하 시인(68)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솔)는 감동의 시편들로 가득하다. 1969년 첫시집을 낸 이후 무려 30여년만에 나온 시인의 시집으로, 절대 고독에 대한 처절한 응시가 청아한 시편들로 승화되어 있다. 진정한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당당한 시집이다.

‘교수와 광인’(세종서적)은 한 사전편찬자의 고집과 삶을 통해 한 시대의 사회사와 지성사를 흥미롭게 그려낸 매력적인 책.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푸른숲)은 대중문화의 총아인 애니메이션을 철학적으로 꿰뚫어 본 역저다.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은 우리 일상과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파시즘의 징후들을 속속 들추어내 비판한 날카로움이 돋보인다.

또 ‘데이터 스모그’(민음사)는 인터넷시대 정보 과잉의 문제점을 파헤진 문명비판서로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스펀 효과’(21세기북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그린스펀의 발언과 세계경제의 함수관계를 분석한 고급스런 경제경영서다.

공룡박사가 쓴 ‘공룡대탐험’은 전문가나 일반인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공룡백과사전.

‘창가의 토토’는 학교에서 퇴학당한 일본 어린이를 통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는 감동적인 동화다.

전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 한국에서 250만부 이상 팔려나간 ‘해리포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올해의 베스트셀러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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