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막강 파워' 체니  정권인수 지휘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9시 02분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정권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차기 행정부 인선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등 통상적인 2인자의 범위를 넘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7일 대선 이후 주로 텍사스주 자신의 목장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정권 인수작업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과는 달리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5주에 걸친 민주당과의 대선 법정 다툼과 그후 정권 인수작업을 총괄 지휘해 왔다.

그는 특히 차기 재무장관에 오랜 친구인 폴 오닐을 밀어 관철시키고 국방장관엔 자신이 선호하는 댄 포츠 전 상원의원을 추천하는 등 대통령 당선자의 권한에 속하는 각료 인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역대 부통령 중 가장 강력했다는 평을 듣는 앨 고어 부통령도 92∼93년의 정권 인수작업 때 지금의 체니처럼 두드러진 역할을 하진 못했다. 당시 고어 부통령은 인사 문제에 대해 자문 역할만 했을 뿐 인사 대상자의 자격을 심사하거나 추천하는 일은 엄두도 못 냈다.리온 파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현재 마치 ‘공동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은 “체니 당선자의 역할은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체니의 파워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 발행되는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대통령직은 상징적인 왕위로 바뀌고 부통령직은 총리로 격상됐다”고 표현하면서 미 대선의 진정한 뉴스는 ‘총리 당선자’(체니)가 탄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또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백악관 비서실장과 상원의장 국방장관을 모두 합친 것 같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23일 강화된 체니 부통령 당선자의 역할 때문에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위상이 축소돼 보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이 체니 부통령 당선자의 보스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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