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훈 연구위원〓올해는 통계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급격히 증가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사망자수 집계기준이 지난해까지는 사고발생 후 3일 이내였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처럼 30일 이내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1년 전보다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동아일보의 교통안전캠페인이 교통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임평남 소장〓최근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이를 전적으로 운전자 잘못으로 인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몰면 사고의 상당 부분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운전자 차량 도로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정부는 도로환경을 개선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책임이 있습니다.
▽내남정 상무〓사회적으로 교통문화가 이슈화돼야 합니다. 지금은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심하게 표현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1만명 가량이 해마다 교통사고로 숨지는데 왜 ‘국책 사업’이 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순철 교수〓정부와 국민 모두 교통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전보다 신속한 이동에 대한 욕구가 훨씬 높습니다. 사회 구성원이 높은 안전욕구를 갖지 않으면, 즉 안전운전과 준법운전이 개인 기업 국가에 경제적으로도 유용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사고를 줄이기 힘듭니다.
▽임소장〓도로환경이 훨씬 좋은 선진국에서도 교통사고는 일어납니다. 정부가 국민 편의와 생명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도로환경을 꾸준히 개선하되 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는 엄격히 단속하고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위원〓최근 선진국이 추진하는 교통안전 대책의 3대 핵심과제는 과속 방지, 음주운전 방지, 안전벨트 착용입니다. 우리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국내 안전벨트 착용률이 30%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80% 이상으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연간 사망자를 1500명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내상무〓정부가 안전문제에 대해서 인기영합 정책을 시행해선 곤란합니다. 법규위반 단속을 완화하고 지정차로제를 폐지하고 제한속도를 높인 결과 사고가 크게 늘지 않았습니까.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인명피해를 막거나 줄이는 게 더 중요하죠.
▽이교수〓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리는 연예인이 많습니다. 인기인이나 여론지도층부터 법규를 앞장서 지키는 등 행동을 바꾸면 파급효과가 큽니다. 공무원과 모범 운전자의 모범사례를 널리 알려서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정부는 교통안전정책을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행정조직을 정비해야 합니다.
▽설위원〓내년은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1년 앞둔 해입니다. 한국에 가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일본보다 인구당 3배, 자동차 대수당 6배 이상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 외국 관광객은 월드컵 기간에 한국보다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겁니다. 교통안전 문제는 국가위상이나 관광객 유치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정부와 국민이 사고 줄이기에 적극 나서길 기대합니다.
▼A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정리〓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안전연대 공청회 "교통범칙금 사고예방에만 투자를"▼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교통 범칙금을 오로지 사고 막는데 써야 한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교통문화운동본부 등 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안전연대’는 교통 범칙금을 모두 사고예방에 쓰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3만명의 서명을 받은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2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공청회를 연다.
운전자와 보행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낸 범칙금은 지난해 1988억원. 이 돈은 모두 일반회계로 처리돼 정부 운영비로 사용중인데 이를 교통사고 예방기금으로 돌려 인명피해를 줄이자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
허억(許億)안전연대 사무국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4인가족 중 한명이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1년에 6%를 넘을 정도로 사고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기구를 감축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때 안전담당 부서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며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설재훈(薛載勳)연구위원은 5년간 징수되는 교통 범칙금을 연간 2000억원씩, 총 1조원으로 예상하고 과속단속카메라와 중앙분리대 설치 등 안전시설에 투자하면 한해에 1만여명인 교통사고 사망자가 8000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은 83년 ‘교통안전대책 특별교부금 등에 관한 정령’(우리나라의 대통령령에 해당)을 제정한 뒤 범칙금 전액을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안전대책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 미국 연방도로청에 따르면 교통안전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자 27%, 부상자 33%, 물적피해액 23%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4개 교차로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한 뒤 위반건수가 30% 가량 감소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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