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건강검진 '천당과 지옥'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53분


“저…X선 사진에 뭔가 보여서….” 얼마전 건강진단을 받은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 최근 병원측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디요?” “폐쪽이라는데….”

깜짝 놀라 두세 모금 빨던 담배부터 비벼 껐다. 뭘까. 아침부터 하늘이 칙칙하더니 병원으로 가는데 빗방울마저 떨어진다. “폐에 혹이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어요.” “혹이라면 암?”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다시 찍어보고 원장님하고 상담해 보시죠.”

X선 재촬영을 위해 기다리는 20분이 2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아닐 거야. 담배를 15년 피웠지만 무슨 통증을 느껴본 적도 없잖아. 아니 사실이면 어떡하지.” 아내와 8개월된 딸,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갔다.

3장을 더 찍고 원장과 마주앉았다. 한참(실제로는 30초 정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첫번째에는 왼쪽 폐에 이런 게 보였어요. 다른 사진을 종합해 보니 종양은 아닌 것 같네요.”

병원 문을 나서며 A씨는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휴∼. 쭉, 휴∼.”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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