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시대]사교계 '썰렁' …워싱턴 불꺼지나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9시 16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비하면 수수한 성격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취임하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사교 문화가 썰렁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호사가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 워싱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취향에 따라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 및 사교계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

사람을 좋아하는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을 지킨 지난 8년간 워싱턴은 흥미진진하고 화려했다는 게 중평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주최하는 파티에는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와 정재계 인사들이 호사스러운 옷차림으로 한껏 멋을 낸 채 대거 참석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런 자리에서 가끔 색소폰을 연주, 흥을 돋우기도 했다.

그는 지난 여름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초청 만찬 때는 부인 힐러리 여사가 상원선거운동을 위해 백악관을 비우는 바람에 혼자 남아 고독을 씹으며 세차 빨래 등을 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연출해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보여주기도 했다.

부시 당선자가 취임하면 이런 일화는 ‘좋았던 옛 시절’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부시 당선자는 파티, 특히 턱시도 등 정장 차림의 파티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턱시도가 풍기는 엘리트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 봄 워싱턴에서 1500명이 참석한 대규모 공화당 모금파티가 열렸을 때 부시 당선자는 유일하게 턱시도를 입지 않고 참석해 “새 턱시도가 없어서 결례를 했다”고 핑계를 댔다. 그는 액션스타인 척 노리스 등 극소수의 연예인들과 교류가 있을 뿐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할리우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메이저리그 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 팀의 구단주 출신 답게 열성적인 야구팬이어서 앞으로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 등 유명 야구선수들이 백악관 파티에 자주 초청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식성도 관심의 대상. 클린턴 대통령이 좋아했던 맥도널드 햄버거는 백악관에서 퇴출당하고 부시 당선자가 좋아하는 땅콩 버터 샌드위치가 식탁에 자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당선자는 특히 생선회를 싫어하기 때문에 백악관 요리사는 생선회나 생선초밥은 당분간 잊어야 할 형편.

밤 늦게까지 일하는 클린턴 대통령과는 달리 부시 당선자는 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어서 백악관의 밤도 일찍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후임 대통령의 이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상류층들은 카멜레온처럼 정권교체에 적응해왔기 때문에 클린턴 시대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부시가 만들어낼 ‘워싱턴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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