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헌법학자가 한 말이다. 2000년 한 해에도 일부 ‘법률상인’과 ‘법 기술자’ 들이 법에 대한 회의를 품게 했지만 그래도 많은 법조인들이 법과 정의를 위한 여정을 쉬지 않았다.
본보 법조팀은 올해 기억할만한 법조인을 선정하기 위해 10개 중앙일간지와 5개 방송사, 통신사와 법률신문 등 17개 언론사의 법조출입기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법조기자는 90여명에 이르지만 출장과 내근중인 기자 등을 제외한 50명이 설문에 응했다.
그 결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와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종왕(李鍾旺·전 대검 수사기획관)변호사가 각각 10표 이상씩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이변호사는 지난해 말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과정에서 사표를 낸 것을 기억하고 선택한 기자가 많아 사실상 ‘검사’로서 선정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 중에서 각각 1명씩 뽑힌 셈.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이들을 기자단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법조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부장판사를 꼽은 기자들은 그의 ‘인간적인 재판’을 많이 거론했다. 그는 동료 판사의 제안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스스로 ‘피고인 성행 및 환경 진술서’를 작성토록 한 뒤 이를 통해 ‘피고인’ 속에 담긴 ‘인간’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는 다단계 금융사기범 등과 의붓 딸 성폭행범 등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박변호사는 제16대 총선에서 총선연대를 이끌며 낙천 낙선운동을 주도한 것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한 기자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 역설적으로 법과 정의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변호사에 대해 기자들은 ‘검사로서 진퇴를 분명히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변호사로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률적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위해 변론하면서 ‘법률상인’이나 ‘법 기술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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