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은 왜 높은가?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4시 05분


이론적으로 선수의 연봉은 한계수입(marginal revenue)이다. A라는 선수를 고용해 Ra만큼의 수입을 얻는다고 할 때 Ra에서 A가 없을 경우의 수입 Rb를 뺀 금액이 구단의 한계수입이며 이는 선수연봉과 같다.

A가 뛰어난 선수라면 팀에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승률이 좋은 구단은 더 많은 팬들을 관중석에 유치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가라는 것은 프로 스포츠 구단 관계자들이 언제나 고민하는 주제지만 이를 위한 고전적인 방법은 더 자주 이기는 것이다.

자주 이길수록 입장료 수입, 음식료 판매 수입, 주차료 수입 등은 늘어나며 아직 한국에서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지역 방송과의 중계료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수입도 분배받을 수 있다.

아주 인기있는 스타라면 순전히 그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KBL 프로농구에서 특정계층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구단은 선수의 가치를 나름대로 평가한 다음 연봉을 제시한다.

구단 측이 A가 3억원의 추가 수입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한다면 3억원의 연봉을 제시할 것이다. A가 그 이상을 요구한다면 계약하지 않으면 된다.

2000시즌 개막전을 기준으로 할 때 메이저리그의 선수 연봉은 평균 190만달러다. 스포츠 기자의 평균 연봉이 4만5,000달러인 것과 비교할 때 야구 선수들은 매우 많은 돈을 받는다. 이들은 과연 그 돈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을까.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매니 라미레스가 맺은 슈퍼 계약에 대한 논쟁을 일단 미뤄둔다면 직업 야구 선수들은 일반인들의 연봉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받을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자 앤드루 짐밸리스트는 “Baseball & Billions"라는 책에서 84~89 시즌 동안 한 팀이 추가적으로 1승을 거둘 때마다 평균 40만달러의 추가 수입이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금액은 구단 별 시장 규모와 관계없는 것이다. 데이빗 글래비너는 이 금액은 94년에는 100만달러로 불어났다고 추론했다.

한 명의 야구 선수는 팀에 얼마나 많은 추가 승수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토털베이스볼(Total Baseball)의 Extra Win 공식에 따르면 92년 배리 본즈가 팀에 안겨준 추가 승수는 9승이었다. ‘추가 승수’를 산출하는 방법은 사람과 방법에 따라 다르다. 빅배드베이스볼 그룹의 멤버들은 지난해 라미레스의 추가승수를 7.64승, 로드리게스는 6.90승(로드리게스는 지난해 출장 경기가 적었다. 데릭 지터는 9.21승)으로 계산했다. 일반적으로 슈퍼스타들은 5승 이상의 추가 승수를 안겨줄 수 있다. 따라서 9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슈퍼스타들의 적정 몸값은 500만달러다.

이론적으로 구단은 선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입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다. 500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선수에게 700만달러를 주는 구단이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면 결국 파산할 것이다. 이는 일반 노동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3,000만원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노동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회사는 3개이며 모두 그의 가치를 알고 있다. 영입 경쟁에서 회사 A는 2,900만원, B는 3,000만원, C는 3,500만원을 제안했다면 이 노동자는 당연히 C를 택한다. 그러나 이 노동자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수입은 임금을 초과하기 때문에 결국 멍청한 C는 500만원 만큼의 손실을 입게 된다. C는 조만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C가 노동자의 현재 가치는 3,000만원이지만 다음 연도에 4,000만원의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면 C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며 A와 B는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1979년 11월 놀런 라이언이 사상 최초로 100만달러 연봉을 받았을 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어리석음을 탓했던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휴스턴은 80년 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며 경기당 4,493명의 관중을 더 끌어들였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완전한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제한돼 있다. 조정 신청 자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프리에이전트가 아닌 선수는 시장 가치보다 더 적은 돈을 받는다.

지난 94년 메이저리그 중단 사태의 본질은 구단주들이 샐러리캡을 통해 ‘자유 시장’의 범위를 강제로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둘러싼 8개 구단과 KBO의 히스테리컬한 반응 역시 기저에는 노동 시장이 자유 시장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거부가 깔려 있다. 사소한 편익 개선은 현재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지만(너무 사소하기 때문이었는지 지금까지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사단법인과 노조 설립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KBO와 사장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위의 ‘이론’으로 돌아가보자. 파산을 원하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자유 시장에서 구단들은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다. 잘못된 선택에 따른 리스크는 두렵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시장을 축소, 혹은 거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구단주들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사협정 개정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직장 폐쇄 가능성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구단주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구단 간 격차 심화다. 즉 돈이 없는 구단은 우승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 세네터스를 소유했던 그리피스 가문의 일원은 “팬들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지 못하게 된다. 팬들에게 꿈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세네터스가 월터 존슨이 활약하던 당시에 몇 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는지를 떠올린다면 구단 간 격차가 어제오늘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균형잡힌 경쟁(competitive balance)'은 메이저리그에서 한번도 현실화된 적 없는 공허한 개념이다. 구단 간 격차가 그렇게 큰 문제라면 수입 분배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정확한 처방이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는 쪽은 다름아닌 구단주들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협이 결성되면 선수 몸값이 앙등하고 군소 구단들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구단 측의 논리다. 그러나 선수협이 없던 시절에도 매년 겨울 스포츠 신문은 계약금 기록 갱신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자신을 규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규제하려 하는 이들이 프로야구를 움직인다는 점은 한국과 미국이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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