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다음. 모임이 끝날 무렵 김총재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회사사정으로 불참키로 했던 현대가 겨울리그에 참가하기로 했고 진성호 감독이 팀을 지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실제로는 가히 ‘폭탄발언’이었다. 김총재는 “진감독에게 팀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말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진감독은 누구인가? 소속 선수를 구타해 중상을 입힌 사실이 확인돼 WKBL에서 ‘제명’이라는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았고 최근에도 코치를 구타한 뒤 팀을 떠나게 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인물. WKBL의 결정대로라면 진감독은 국내에서는 농구계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는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김총재의 발언을 보면 진감독의 복권은 기정사실화된 듯했다. 진감독의 복권문제는 27일로 예정된 재정위원회를 거쳐 총재가 최종 추인하게 돼 있지만 김총재가 수차례에 걸쳐 “모든 것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덧붙였기 때문.
과연 이래도 될까. 제명이라는 중벌은 그만한 ‘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현대팀의 참가를 빌미로 징계를 흐지부지하려는 것은 큰 문제라는 중론이다.
물론 여자농구의 참가팀 수가 줄면 관중동원이나 붐 조성 등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칙을 희생하면서까지 진감독을 살려야 할 만큼 여자프로농구가 위기상황은 아닌 것이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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