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핼로란 칼럼]부시팀 ‘북한 다루기’ 채찍 다듬는다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5분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퇴임하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비교할 때 한반도의 긴장상황에 보다 더 잘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최고위 관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새로운 공화당 행정부 역시 민주당 정부만큼이나 한국에 대한 경험이 빈약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한 단계 낮은 고위 관료들의 경우 공화당 정부에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반도 전문가 다수 포진▼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분야 지식이 보잘것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부시 당선자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으로 재임할 때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진행중임에도 걸프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은 1973∼74년 한국에서 주한미군 대대장을 지냈다. 그러나 국방장관으로 유력시되는 댄 코츠 전 상원의원이나 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 임명된 콘돌리자 라이스는 한반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

하지만 차관급 관료에는 한국 사정에 정통한 두 명의 전문관료가 포함될 전망이다. 국무부나 국방부 차관으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를 담당한 고위 관료였다.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임스 켈리 역시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대(對)아시아 정책을 담당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관료 가운데 아시아 전문가는 커트 캠벨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유일했다. 그의 상관들은 한국이나 아시아에 대해 경험이 거의 없는 정치적 인물들이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적절하고 일관된 아시아 정책을 구사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국민 중 한국에 대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대다수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재임중에는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클린턴의 방북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결과를 낳아 장기적으로는 북한과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유세 중 두 차례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외교 안보정책의 윤곽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99년 9월 한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나 이라크와 같은 정권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가 연설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이 연설을 통해 부시 당선자는 “북한은 하와이와 알래스카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분명하게 말하지만 그런 공격을 감행하는 단체나 국가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2개월 후 부시 당선자는 또다른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이 아시아의 우방국들을 강력하게 지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한국에 대한 침략을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준수함과 동시에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어떤 기조의 한반도 정책을 취할 것인지는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가 워싱턴에 있는 국방대학에서 작성한 북한에 대한 논문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아미티지는 이 논문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 방식에 찬성하면서도 “만약 외교적 접근이 실패한다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 될지 분명하다”며 “미국의 지도력과 아시아 우방국들과의 안보 공조가 더욱 강화돼 미국 한국 일본이 공동 보조를 취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고립의 길을 택하든지, 외부에 의해 억제당하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적 행동엔 즉각 대응할듯▼

아미티지는 이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을 명시하는 ‘적색선’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있을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대내외에 공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의 침략이나 도발행위는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전 뉴욕타임스 아시아지역특파원·현 아시아문제 전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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