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보니 자연히 정국은 더 냉각됐고, 냉각된 정국은 각 당의 발언 수위를 다시 한 단계 높이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새해에는 정치권의 언어문화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면서 올해 각 당의 저질 성명과 논평 10건을 소개한다. 10건은 동아일보 정치부 국회팀이 선정했다.
▽민주당〓4·13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비주류 중진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키자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유혈이 낭자한 망나니 춤판 같다”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도 ‘일제강점기에는 순사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하더니, 요즘은 ‘이회창이 온다’고 하면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고 비꼬았다.
특정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발언도 많았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의원을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한 논평이 대표적인 경우.
재력가 전국구 의원 후보를 ‘이회창 총재의 전용 지갑’이라고 하거나 상대 정당을 ‘짬뽕 정당’, ‘나라를 거덜낸 정당’이라고 매도하는 논평도 잇따랐다. 또 “돈에 돈 정당, 한나라당이 벌이는 돈 선거가 세상을 완전히 돌게 하고 있다”(박금자·朴錦子부대변인), “한나라당은 총재부터 앞장서서 아들 두 명을 군대에 보내지 않아 ‘받들어 총’ 하면 총구가 땅을 향한다”(장전형 부대변인)는 원색적인 논평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7월 민주당이 국회를 단독 운영할 조짐을 보이자 “단독국회 발상은 개판 발상이다. 단독국회 강행시 정치가 두 동강나는 천둥소리를 각오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장부대변인은 또 7월 남북 정상회담 후 정부 관계자가 제각각 다른 소리를 하자 “이 정권이 더위 먹었느냐”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1월 경찰이 유언비어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현 정권을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을 때려잡던 궁예나 광해군 시대’에 비유했다. 호남편중인사에 대해선 극단적 비난을 담은 수십건의 논평이 쏟아져 나왔다. 한창희(韓昌熙)부대변인은 최근 “이같은 비열한 인사독식을 자행하면서 감히 어떻게 국정쇄신을 들먹일 수 있는지 정말 가증스럽다”고 말했다. 이 밖에 “새천년 민주당을 ‘천민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다”,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민주당의 무능한 사람들이 권력에 취해 인사불성이라도 되었느냐”는 등 여과되지 않은 저(低)품위 논평도 많았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2000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저질 논평 각 10선 | ||
민주당 | 순위 | 한나라당 |
‘한나라당 공천을 보니 유혈이 낭자한 망나 니 춤판 같다’(장전형 부대변인) | 1 | ‘단독 국회는 개판 발상이다’(장광근 수석 부대변인) |
‘한나라당이 벌이는 돈 선거가 세상을 완전 히 돌게 하고 있다’(박금자 부대변인) | 2 | ‘이 정권의 시계가 사람을 때려잡던 궁예 시대로 돌아간 모양이다’(권철현) |
‘거짓말쟁이 하순봉 총장에게 더 이상 신뢰 는 없다’(장전형) | 3 | ‘비열한 인사독식을 하고 국정쇄신을 들먹 여 가증스럽다’(한창희 부대변인) |
‘한나라당 전국구 K씨는 이회창 총재의 전 용 지갑이라고 한다’(김현종 부대변인) | 4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하는 격이다’ (홍일화 부대변인) |
‘무지개 정당이 짬뽕 한 그릇으로 변했다’ (장전형) | 5 | ‘새천년 민주당을 속칭 천민당이라고 부르 는 이유를 알 만하다’(장광근) |
이회창 총재의 상도동 방문은 YS에 대한
사죄 항복 구걸방문이다’(정동영 대변인) | 6 | ‘한마디로 더위 먹은 듯한 정권이다’(장광 근) |
‘이회창이 온다고 하면 우는 아이도 뚝 그 친다’(김현미 부대변인) | 7 | ‘민주당 사람들이 권력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나 보다’(이승철 부대변인) |
‘한나라당에서 받들어 총 하면 총구가 땅을 향한다’(장전형) | 8 | ‘광속(光速)정치가 아니라 광속(狂速)정치 다’(장광근) |
‘한나라당의 탄핵안 전술은 6개월마다 도지 는 습관성 질환이다’(김현미) | 9 | ‘집권 여당이 흑색선전 제조창으로 전락했 다’(이사철) |
‘나라를 거덜내 놓고 서민의 아픔을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김한길 대변인) | 10 | ‘민국당은 DJ 2중대당, 콩가루 정당이다’ (김영순 부대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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