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소리없이 불고있는 2차 감원바람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1분


새해를 며칠 앞둔 요즘 직장인들은 신년 계획을 짜느라 한창이지만 상당수 기업의 직장인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감원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면서 ‘생존의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것.

이번 감원 바람은 IMF관리체제 직후와 달리 소리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부장이 “기업들이 2년전 사상 처음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이후에는 인력감축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규모 노조가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미국식의 해고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할 정도.

▽대규모 명퇴 바람〓감원태풍이 가장 거세게 불고있는 곳은 대표적인 불황업종인 건설업과 구조조정이 한창인 금융업. SK건설은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전체직원 3000여명중 400여명을 퇴직시켰다. 현대건설은 10월에 전체임원의 20%를 줄였고 최근에도 추가 감원하고 있다.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일반 직원들도 감축할 방침.

27일 ㈜대우와 계열분리된 대우건설도 9월말 노사 합의에 따라 488명을 정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이달초 80여명 정도를 퇴직시켰다. 자재구매부문 등을 분사시키면서 방출한 인원이라는 설명.

은행은 이제 감원이 일상화돼 있다. 서울은행(650명) 한빛은행(1100명) 외환은행(860명)이 최근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평화은행과 지방은행들도 감원이 한창이다. 금융지주회사에 묶이는 한빛 평화 경남 광주은행도 추가 인원조정이 불가피하다.

대우차는 생산직 5374명 등 총 6639명을 감원키로 하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태. 26일 현재 희망퇴직자는 사무직 588명, 생산직 410명.

감원바람은 하청업계에서 더 거세다. 대우협력업체모임 ‘협신회’ 회장이자 대신기계공업사장인 조항균씨는 “대우협력업체 대부분이 인력감축을 뼈대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안심할 곳이 없다〓그룹이나 소속 회사가 잘 나간다고 해서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 요즘 감원바람의 특징.

삼성그룹 독주시대를 맞고 있지만 삼성종합화학 엔지니어링 중공업 테크윈이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종합화학은 IMF사태 직후 1600명중 400명을 감원했고 이번에 추가로 5% 인력을 추가로 감원할 방침.

벤처도 마찬가지. 드림라인 팍스넷 레떼컴 후이즈 등이 최근 대량 감원했고 인력을 반이상 줄이는 곳도 상당수. 인터넷기업협회 조재한 회원협력팀장은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감원을 하고 있다”며 “13명중 10명을 내보내고 다른 회사 사무실을 빌려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LG나 코오롱그룹 등은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사업부분을 아예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방법으로 인력을 줄일 방침이다.

S그룹의 경영전략팀 관계자는 “기업이 수익성을 중시하지 않으면 기업 자체가 퇴출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모든 부분을 효율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 인력감원도 일상화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황재성·이나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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