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올 미국을 달궜던 팝-재즈 베스트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55분


《올해 미국에서 발매된 팝 재즈 음반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은 것은 무엇일까. 최근 뉴욕타임스 비평가들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음반 10선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팝과 재즈에서 민속음악과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골라준 존 패럴리스의 비평을 소개한다. 》

▼펑크-가스펠-록의 충돌 '하나로'▼

1. 단젤로 ‘부두(VOODOO)’ (버진)

이 곡에는 펑크, 재즈, 가스펠, 록의 음악적 충동이 한데 모여 있다. 이 곡은 이러한 음악적 충동들의 운동장이자 피난처이다. 또 이 곡에서는 욕망, 야망, 지성, 믿음, 자유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면서 세속적인 사람들과 형이상학적인 사람들을 함께 춤판으로 끌어들인다.

▼현란한 다층구조속 균형 선사▼

2. 라디오헤드 ‘키드 A(KID A)’ (캐피톨)

이 앨범에서 라디오헤드는 기타와 가사, 팝송의 역학을 거의 팽개치다시피 했다. 대신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현란한 곡들이 일정한 유형과 그 유형을 깨뜨리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냈다. 만약 이 곡들이 그렇게 진심으로 애달픈 곡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웅장하게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혼모-빈민가 다룬 가사 눈길▼

3. 아웃캐스트 ‘스탠코니아(STANKONIA)’ (라페이스/아리스타)

공동체 중심의 사고를 지닌 드레와 노는 것을 좋아하고 무모한 빅보이는 이 앨범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두 개의 힙합 세계관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미혼모나 빈민가의 문제를 다루는 가사가 특징. 신경질적인 전자음향에서부터 아늑한 리듬앤드블루스(R&B)까지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음이 그들의 음악에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다.

▼말리음악에 자신의 세계 접속▼

4. 로키아 트로레 ‘와니타(WANITA)’ (인디고/하모니아 먼디)

말리 출신 외교관의 딸 로키아 트로레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말리 음악을 접목시켰다. 전통적인 악기와 어쿠스틱 기타가 사용된 그녀의 노래들은 지역적인 음악 스타일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교훈을 이야기하는 아프리카의 구비전승자들보다 더 부드럽고 우울하다. 기타를 잡아뜯듯이 연주하는 소리, 전통악기 칼라바시를 두드리는 소리, 여성 코러스 등이 이 노래들을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도시빈민영성의 삶 느긋히 조명▼

5. 에리카 바두 ‘엄마의 총(MAMA’S GUN)’ (모타운)

냉정하고 짓궂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에리카 바두는 나긋나긋한 펑크 스타일 같은 이 앨범을 통해 도시 빈민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슬라이 스톤과 마빈 게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불필요한 소리를 모두 제거한 음악 속에서 그녀는 느긋한 자세로 빈민가 여성들이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과 관능의에 대해 사색한다.

▼애잔한 목소리로 전하는 사랑▼

6. 셸비 라인 ‘나는 셸비 라인(I AM SHELBY LYNNE)’ (아일랜드)

셸비 라인은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들로 채워진 이 앨범에서 어긋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입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현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남부 스타일의 안개 같은 솔 음악과 기타 소리 속을 떠다닌다.

▼범미주적 음악 한데 어우러져▼

7. 티토 푸엔테와 에디 팔미에리 ‘걸작/오브라 마에스트라(MASTERPIECE/OBRA MAESTRA)’ (RMM)

티토 푸엔테의 마지막 앨범. 자신의 동료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디 팔미에리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관악기 소리가 요란한 빅밴드 스타일의 살사 속에서 뉴욕은 물론 멕시코에서 카리브해, 아르헨티나에까지 이르는 범미주적인 음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19년 불화 끝낸 두사람의 신곡▼

8. 스틸리 댄 ‘자연에 대항하는 두 사람(TWO AGAINST NATURE)’ (자이언트)

예전에 함께 노래를 만들던 월터 베커와 도널드 페이젠이 19년간의 불화를 마감하고 애매한 재즈 코드로 이루어진 새로운 곡을 들고 돌아왔다. 추악한 짓을 일삼는 늙은 남자들과 피곤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가사의 뒤에서 드럼은 꽥꽥거리고, 관악기는 한 가지 음만 연주하며, 베커의 기타는 사람들을 쿡쿡 찌른다. 하지만 이 노래의 주제가 되고 있는 늙은 남자들은 스틸리 댄의 신랄하고 난해한 노래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독일출신 신시사이저 듀엣의 '재치'▼

9. 마우스 온 마스 ‘니운 니궁(NIUN NIGGUNG)’ (스릴 자키)

독일 출신의 신시사이저 듀엣이 삑삑, 땡땡, 짹짹, 쉿쉿, 휭휭 등 첨단기술을 동원하지 않아도 낼 수 있는 소리들을 이용해 재치 있는 경음악을 만들어냈다. 가끔 두 사람은 이 곡들에 따스함을 불어넣기 위해 실제로 사람이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를 집어넣기도 한다. 이 앨범에 실린 곡들 중 일부는 스카(ska)나 거라지 록(garage rock)처럼 이미 알려진 장르들을 압축하고 있고 다른 곡들은 창의적인 대안 음악의 세계를 살짝 엿보기도 한다.

▼인간의 말-행동 거울처럼 비춰▼

10. 에미넴 ‘마셜 매서스 LP(THE MARSHALL MATHERS LP)’ (웹/애프터매스/인터스코프)

에미넴의 두 번째 앨범인 이 작품은 단순히 더러운 환상들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 대한 진지한 논쟁을 비춰주는 거울의 방과도 같은 작품. 하지만 이 앨범은 음악팬들의 화를 돋궜다. 이 앨범이 여기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에미넴이 아이디어가 떨어질 때마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노래에 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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