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가족도 잊고 싸우는 선수협 주역들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9시 11분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자.”

두산 심정수는 올 초 선수협 활동을 할 때 아버지가 하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외아들이 다치는 것을 걱정한 애끓는 부정(父情)의 표현임을 누가 모르랴. 아버지는 요즘도 술 한잔 거나하게 하면 “제발 앞에 나서지 말라”며 아들에게 통사정을 한다.

하지만 혼자 네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심정수는 “아버지에겐 부끄럽지 않은 아들, 아들에겐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초지일관 심지가 굳다.

선수협 부회장 LG 양준혁은 가족들이 등을 돌렸다. 부모는 아들이 선수협 선수 중 ‘강경파’로 전면에 나서자 아예 머리를 싸고 드러누웠다. 부모는 처음엔 야단도 많이 쳤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아들의 성격을 아는지라 요즘엔 전화조차 뜸하다.

양준혁은 17일 대구에서 친형의 결혼식이 있었지만 다음날의 선수협 정기총회 준비관계로 부득이 집안의 경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이해해 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진우회장은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 선수협을 준비할 즈음 아내가 간기능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것. 그는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한사코 회장을 고사했으나 동료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 다시 회장을 맡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통원치료중인 그의 아내는 그래도 “꿋꿋하게 뜻을 펼쳐라”며 남편을 격려했다.

롯데 박석진은 결혼을 눈앞에 두고도 부산에서 상경해 선수협 총회에 참석하는 열성을 보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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