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 철회배경]조합원 복귀늘자 '일단 백기'

  • 입력 2000년 12월 28일 23시 11분


금융산업노조가 파업 유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28일 오후 1시∼3시반 사이. 오전까지만 해도 주택 국민은행 노조의 조합원 상당수는 ‘출근 거부’ 투쟁을 벌였으며 일부는 지하철 2호선에서 은행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구호를 외치는 등 ‘게릴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노조원의 업무복귀율이 높아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했다. 이남순(李南淳)한국노총위원장과 이용득(李龍得)금융산업노조위원장, 두 은행 노조위원장과 기타 은행 노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파업을 계속하자는 강경론보다 시기적 요인을 감안해 파업을 일단 유보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자금 수요가 큰 연말연시에 노조가 계속 강수를 둘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국노총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일주일에 걸친 파업과 농성을 거치면서 가족을 챙겨야 하는 여성 행원을 비롯한 많은 조합원들이 대오 이탈의 움직임을 보인 데다 다른 은행들이 총파업에 불참한 것도 운신의 폭을 좁게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남순위원장은 파업기간 중 청와대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 등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 해결을 둘러싸고 정부와 금융노조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측은 우선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용득위원장과 두 노조위원장의 신변 문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측은 합병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거나 인력 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재파업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도부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한풀 꺾인 투쟁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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