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영화제작자 심재명의 신년 포부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9시 11분


"새해에도 초발심(初發心)을 잊지 않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두루 제작해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올해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명필름의 심재명(沈栽明.38.여) 대표가 2001년을 맞아 던진 화두는 '초발심'이었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세운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서울관객 244만8천399명)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올 충무로의 흥행사 치고는 꽤나 '방어적인' 새해맞이 포부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성공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부담입니다. 따라서 한국영화계가 필요로 하고 흥미를 갖게 될 영화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계속 만들어 가야한다는 책임감이 앞섭니다."

이런 변(辯)에는 점차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앞장서 견인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한국영화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거품이 적지 않다"고 운을 뗀 심 대표는 "이런 규모의 영화보다는 관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야 거품이 걷히지 않겠느냐"면서 유행에 편승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제작자는 물론 감독 등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합니다. 영화인력 풀 확충없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한국영화가 한층 단단한 기반을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사의 기획 필요성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외에도 한국영화들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앞으로는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한 접근방식이 요구된다"고강조했다.

"제작준비 과정에서 이런 접근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완성한 이후에도 해외마케팅 등을 통해 우리 영화가 왕성하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트는 노력도 영화계가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명필름이 별도로 해외마케팅 팀을 운영하면서 향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영화사와의 합작제작 등에 대비한 연구검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심 대표의 구상과 맞물려 있음은 물론이다.

2001년 개봉준비작으로 그는 이미 촬영을 거의 마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브라더스」와 제작준비중인 김상만 감독의 「패스워드」, 김현석 감독의 「YMCA 야구단」등을 들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는 대작이라기보다는 하나같이 개성있는,

작가주의 경향의 작품들이란다.

영화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 '운동권 영화인' 이 은(李 恩.40)

감독을 만나 결혼한 뒤 95년 명필름을 설립, 「접속」 「조용한 가족」 등으로 주목을 받다 결국 '대박'을 터뜨린 그의 영화관(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차기작 리스트다.

올 최고의 제작자 자리를 차지한 원동력에 대해 그는 "분단현실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의 작품 완성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당초 예상대로 '준비된 감독'이었다"고 추어올렸다.

[연합뉴스=이명조기자] 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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