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규씨는 영화 제작현장에서 최고의 전문 분장사로 꼽힌다. ‘황현규의 분장이야기’(넥서스·1만2000원)는 그가 분장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경험한 것과 지식을 들려주고 있다.
앞부분 절반이 분장사라는 직업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에피소드를 담은 ‘기초화장’이라면, 뒷부분 절반은 분장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소개한 ‘색조화장’이다.
“분장은 예쁘게만 만드는 화장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고도로 정밀한 기술은 물론이고, 해부학 등 숙련된 지식과 영화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가 언론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고 나서 분장 기술을 배웠다. 그 때가 30대 중반. 일찍이 배창호 감독 연출부에서 막일을 했던 전력이 있지만 뜻밖의 변신이었다.
“영화가 좋아서 평론을 해볼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머리보다 몸으로 살고 싶어 이 길을 택했어요. 한국에서 아직 정착되지 않은 분야라 뭔가 기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구요.”
지난 7년간 그는 CF 연극 영화 이벤트를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 마흔을 넘긴 지금도 “외로움이 끼어들 틈이 없이 바쁘고, 남자보다는 아직 일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몇 년전까지도 분장사에 대한 현장의 인식은 낮아서 어린 감독에게 “야, 분장 똑바로 해”라는 반말을 듣는 수모도 겪었다.
그의 직업 철학은 한 마디로 ‘사람 냄새 나는 분장’이다. 관건은 배우와 연기와 극 상황에 맞는 ‘분장한 줄 모르는 분장’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점차 늙어가며 변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박하사탕’을 자신의 최고작품으로 꼽는다.
배우의 개성을 살리는 직업의 비밀을 담은 후반부는 일반 독자에게도 쏠쏠한 정보가 될 듯하다.
“이마는 지적인 분위기, 눈 주변은 감성적인 분위기, 입술은 성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중에서 어느 한 곳만을 강조해야 개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여자가 섹시하게 보이고 싶으면 붉은 입술색을 강조하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라면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묶어 이마를 드러내면 도전적인 분위기가 풍긴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은 맨얼굴로 현장을 누비는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분장은 ‘자연스런 개성’이다.
“분장으로 100%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자기 역할에 몰입할 때만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완성되는 것이죠.”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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