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박성배 유니폼 갈아입고 "펄펄"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7시 20분


전남 완도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경희대 농구부 최부영 감독은 지난해 12월30일 밤 제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버튼을 누른 주인공은 지난주 말 프로농구 삼성에서 골드뱅크로 트레이드된 포인트가드 박성배(26·1m80)였다. 이날 오후 벌어진 삼보와의 경기에서 승리의 주역이 된 기쁜 소식과 새해 인사를 위해 모처럼 전화를 건 것.

지난해 여름 상무에서 제대한 박성배는 ‘가드 왕국’ 삼성에서 후보 신세였다. 주희정 강혁 김희선에 밀려 경기 내내 벤치나 데우다 체육관을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와 출전시간은 평균 5분을 넘지 않았고 2.1점, 0.8어시스트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골드뱅크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선 삼보전에서 36분3초를 뛰며 19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합격점을 받았다. 수비 전문이라는 평가와 달리 고비마다 83%의 높은 성공률로 3점슛 5개를 적중시켰다. 박성배는 “모처럼 땀다운 땀을 흘리니까 힘이 넘친다”며 “새해에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기뻐했다.

신바람이 난 제자의 목소리를 듣고 보람을 느꼈다는 최부영 감독은 “박성배는 대학 시절 게으름 한번 피운 적이 없는 노력형으로 언젠가 빛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공격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지닌 박성배는 삼성 시절 밤마다 홀로 체육관 불을 밝히고 1시간 넘게 슛을 던졌다. 외곽포가 없는 ‘반쪽 선수’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가드 부재에 시달리던 골드뱅크는 박성배의 가세로 ‘베스트5’의 구색을 갖추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본격 레이스에 들어가겠다는 각오다. 골드뱅크 진효준 감독은 “박성배가 들어오면서 공수 완급조절과 속공 연결이 나아졌으며 우리 팀에 딱 맞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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