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건대 작년 한해 우리가 겪었던 경제혼란의 근인은 원칙 없는 대증요법식 정책집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졌던 산업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은 고통분담의 원칙이 실종되면서 일방적으로 피해자 입장에 서게된 노조의 반발로 촉발됐다. 또 경제논리라는 대원칙이 정치적 행사인 총선을 빌미로 깨어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은 심화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풀어지고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이 뒤로 물려짐으로써 이것은 앞으로 갈 길이 먼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순간의 고통을 면하기 위해 정부가 무원칙적 반경제적 인기영합적인 정책들을 선호할 때 외환위기 이후 그렇게 강조되어온 시장주의는 그 존립의 바탕을 잃게 된다. 시장주의가 배제된 정부의 원칙 없는 관용주의는 사회기강을 흔들고 경제정책 집행과정에서 계층간 욕구를 확대시킴으로써 더 큰 불만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금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원칙은 곧 공평성과 신뢰로 상징되기도 한다. 원칙이 존중될 때 인기주의가 사라지고 사회적 손실이 줄어들며 집단이기주의가 명분을 잃게 된다. 예외가 원칙처럼 행세할 때 시장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경제는 궤도를 벗어나게 되지만 반대로 원칙을 만든 정부와 지도층이 먼저 예외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면 사회는 쓴 결과에도 승복하기 마련이다.
경제주체들 입장에서 보면 원칙은 예측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소중하다. 예측이 가능할 때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는 제거되고 계획성 있는 경제운용이 가능해진다. 이럴 때 바로 경제의 양축인 생산과 소비가 활기를 되찾고 경제가 다시 회생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바로 세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그 해악은 치유가 더욱 어려워진다. 무원칙과 변칙의 시행착오는 작년으로 끝내자. 올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원칙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출 때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원칙적인 해법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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