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와 신세기의 정규리그 3차전. 한해를 마감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의 이날 승부는 5분 사이로 형과 동생이 된 조상현(SK) 동현(신세기) 쌍둥이의 맞대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누구도 응원할 수 없는 어머니 신영숙씨(51)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들 형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최선을 다했다.
전후반 40분이 모자라 5분 연장까지 치른 숨막힌 접전은 결국 집중력에서 앞선 SK의 97-92 역전승. 조상현은 양팀 최다인 33점을 퍼부었고 조동현도 수비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11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조상현은 "어릴 적부터 늘 함께 운동을 한 동현이는 내 스타일을 잘 알아 부담스러웠지만 워낙 컨디션이 좋아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에 와 형이 뛰는 팀과 맞붙어 단 한차례도 이긴 적이 없었던 조동현은 이날 2년 전 신던 낡은 농구화를 신고 나왔다. 새 첫 년 마지막 날 꼭 형을 이긴 뒤 헌 신발과 함께 패배의 기억까지 모두 날려 버리려 했지만 뜻을 못 이뤘다.
5연승을 달린 SK는 12승10패로 현대 SBS와 공동 3위로 뛰어오르며 새해 상위권 도약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SK는 84-82로 앞선 경기종료 20.5초전 공격권을 차지해 승리를 눈앞에 둔 듯 보였다. 하지만 종료 2.7초전 조동현이 조상현에게 공격자 파울을 얻어낸 뒤 종료 버저와 함께 레이업까지 터뜨려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초반 SK는 신세기에 84-87로 뒤졌으나 조상현 석주일(11점) 하니발(21점)의 골밑 공략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 종료 18.1초전 5점차로 달아나며 대세를 갈랐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SBS는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리온 데릭스(27점, 15리바운드, 10어시스트)의 골밑 장악과 활발한 속공(15개)에 힘입어 전희철(13점)이 13게임을 쉬고 복귀한 동양을 124-110으로 누르고 5연승을 질주했다. 데릭스의 시즌 4번째 트리플 더블은 역대 한 시즌 최다기록.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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