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것을 수 없이 봐왔기 때문에 신기하지도 않고 떠들썩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 민주당의 배기선(경기 부천원미을) 송영진(충남 당진) 송석찬(대전 유성)의원이 당을 옮긴 이유가 너무나 엽기적(?)이라 사방이 시끄러운 것 같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소수여당의 한계와 거대야당의 집요한 정치공세로 개혁이 좌초되고 민생이 방치되며 경제가 침몰하는 데 깊은 좌절을 느껴왔다”며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주기'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세 사람은 스스로 3표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선언했다.한국 사람이면 아무나…, 사람이 아니라도 좋다 아무거나 3표면 세 사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축구공인가? 국민들이 뽑은 대표이자 그 자신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한 정당이 다른 정당에 '어시스트' 하는 일은 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무상임대'를 한 것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세 의원의 당적변경을 사전에 몰랐다. 당과는 상관없는 자유의사”라고 둘러댔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이번 사태가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것은 국회의원들이 '물건'이 됐다는 것이다. 정파간의 이익에 따라 보릿자루 마냥 꿔줄 수도 있고 돌려받을 수도 있는 그런 존재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는 도대체 뭔가? 고작 어느때나 임대가능한 보릿자루를 뽑기 위해 선거철마다 그 법석을 떨었다는 것인가.
세 명의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서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주변 사람들 몇몇을 데리고 쑥덕거려 보라는 게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민련 당적으로 정정당당하게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자민련의원이 되라는 것이다.
새해덕담을 나눠야 할 때에 이게 도대체 무슨 썰렁한 코미디란 말인가.
최용석/ 동아닷컴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