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고책임자인 CEO가 노력을 집중해야 할 일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CEO가 경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게 되면 기업 내 자율적인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업무를 직접 챙기지 않고 방치하기에는 구성원들이 미덥지 못하다. 이 책은 우화라는 지루하지 않은 형식을 빌어 이같은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성공한 조직의 특성을 ‘영리한 조직’과 ‘건강한 조직’이라는 두 가지 간단한 개념으로 요약하고 있다. 영리한 조직이란 라이벌과 비교해 고도의 경영 전략, 마케팅 계획, 기술 개발, 재무적인 건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진 조직을 의미한다.
반면에 건강한 조직이란 조직 내 정치적 행동과 비합리적인 인사정책이 철저히 제거됨으로써 직원의 사기가 높고 이직률이 낮으며 생산성이 높은 조직을 뜻한다.
그런데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특성이 모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CEO들은 조직을 보다 영리하게 만드는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영리한 조직보다 건강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강점이 많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 건강한 조직은 스스로 영리해질 수 있다. 설령 건강한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전략이나 기술이 뒤쳐질 수 있지만 조직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 기업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빨리 진단하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건강한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에 비해 외부 충격에 강하다.
예컨대 외부 환경 변화로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더라도 건강한 기업의 구성원들은 끝까지 그 회사에 남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궁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이 건강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셈이다.
특히 저자는 기업을 영리하게 만드는 작업인 전략 수립, 기술 연구, 마케팅 또는 재무 정책 분야의 책임은 임원들에게 맡길 수 있지만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작업은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고 오직 최고경영자만이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끝부분에서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지도급 임원의 단결을 구축하고 유지하라, 조직의 성격을 명확히 하라, 조직의 명확성에 대해 가능한 한 자주 의사소통을 하라, 인력 시스템을 통해 조직의 명확성을 강화하라 등.
지도급 임원들간의 정치를 제거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조직의 존립 이유가 무엇이고, 왜 우리가 특정 조직에 함께 모여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토론이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핵심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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