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늘 퇴원해요]급성 심근경색증 김희용씨

  • 입력 2001년 1월 2일 19시 03분


“담배도 피우지 않고 운동도 가끔 합니다. 비만도 아니죠. 그런데 심근경색증이라니…. 하늘이 도와줘 살았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 오전 11시경 서울중앙병원 124병동 39호실. 사흘 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수술받은 김희용씨(53)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외국 유명브랜드의 라이센스를 받아 옷 액세서리 등을 만들거나 하청 생산해 판매하는 ㈜크라운의 부사장. 최근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27일 오후 3시경 거래처와 전화하고 끊은 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숨을 못 쉴 지경이 돼 회사 인근 동네병원에 갔다.

의사는 심전도검사 뒤 다급히 119구급차를 불렀다. 김씨는 산소호흡기를 단 채 서울중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심장내과 시술팀은 곧바로 그물망시술에 들어갔다.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접힌 그물망을 넣어 심장 혈관까지 밀어넣어 활짝 펴는 것. 원래는 사타구니를 면도해야 하지만 응급상황이어서 생략하고 국부 마취한 뒤 곧바로 그물망을 넣었다.

김씨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세 동맥 중 왼쪽 아래 동맥이 막힌 것을 볼 수 있었다. 40분 뒤 가슴이 ‘뻥’ 뚫리면서 갑자기 시원해졌다.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가족들은 ‘날벼락 소식’을 듣고 수술실 밖에서 눈물을 흘리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김씨는 다리를 움직이면 사타구니 동맥의 혈관이 터지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이틀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는 퇴원을 하며 활짝 웃었다.

“심근경색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답니다. 30∼40%는 우물쭈물하다 숨진대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면 재빨리 병원으로 가셔요.”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주치의 한마디 "담배는 敵…스트레스 푸세요"

김씨는 급히 병원을 찾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면 1시간 이내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늦어도 6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12시간 안에 수술받아 사는 환자도 드물지만 있다.

심장엔 담배가 가장 나쁘다. 폭음 고혈압 당뇨병 등도 심근경색증의 위험 요소. 애연가의 혈관은 경련이 잘 오기 때문에 설령 각종 검사에서 정상이라도 안심하지 못한다.

김씨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갑자기 증세가 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이면 카테콜라민 호르몬이 많아져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며 이 상태가 5, 6년 계속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된다.

김씨는 매주 한 번 정도 등산 등 운동을 했지만 운동효과가 있으려면 1주 3번 이상 몸에 땀이 밸 정도로 해야 한다.

박승정(서울중앙병몇 년 전까지는 심근경색이 오면 한 달 이상 꼼짝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심장 전문의들은 2, 3주 뒤 서서히 운동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박승정(서울중앙병원·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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