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달러가치가 떨어져야 하는 몇가지 이유"

  • 입력 2001년 1월 3일 10시 12분


달러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제금융시장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무역적자 등 미국경제의 실상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달러가치가 떨어져야 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다.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규모는 4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5%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미국이 안고 있는 대외빚(순외채)도 1조5천억달러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가치가 안떨어진다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

달러하락의 두번째 요인은 과도한 무역적자와 조지 W 부시 정권의 출범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는 정계를 비롯해 관계 당국에 끊임없이 수입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기계류 반도체 조선 섬유 및 농업분야도 수입품의 범람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달러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가격경쟁력이 커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보호주의자들의 공세는 매스컴들로 하여금 무역적자와 관련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며 매스컴은 행정부와 의회에 빠른 시일안에 무역협상 기구를 신설하라고 촉구할 것이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앞으로 달러가치가 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달러화 평가절하의 또다른 이유는 미국의 경기팽창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4분기 성장률은 2.4%로 전분기의 8%대의 성장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특히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부시정부가 강한 달러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여타 국가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또 한차례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화 가치가 약해져야할 이유로 꼽힌다.

위기감이 재연되고 있는 개도국들의 경제안정을 위해서 달러화 가치는 지금보다 낮아져야 한다.

특히 우리의 경우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의 시행을 앞두고 내외국인의 자금을 국내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유인책이 없은 상황이어서 더욱 부담스런 상황이다. 3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 상향 돌파를 시험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같이 구조적인 면에서나 경기사이클상으로 볼 때 대세는 달러가치의 하락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세계의 기초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의 적정수준은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유로당 1.15~1.25달러, 달러당 100엔이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의 경우 일본경제 자체의 문제 때문에 달러당 100엔대는 당분가 요원해 보인다.

급격한 환율변동은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무역적자 폭을 줄이고 향후 2~3년간 미국내 보호주의 목소리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인해 물가불안 등 인플레가 초래될 수 있다. 달러가치는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지않도록 점진적으로 하락하는게 바람직하다.

빌 클린턴 정권은 집권 내내 강한 달러를 고집했다. 출범 당시 경상수지적자가 GDP의 0.1%에 불과, 강한 달러화 정책에 따른 경상수지적의 확대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탓이다.

반면 부시 정권의 출범을 앞둔 지금 미국내부에서도 경상수지적자가 더 이상 부풀려져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시정권이 강한 달러정책을 추진해도 시장의 여건이 이를 받아들일 태세가 되있지 않아 정책의 효과를 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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