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유동성 장세 어렵다"…섣부른 매수 '위험'

  • 입력 2001년 1월 3일 10시 52분


산업은행의 투기등급 회사채 인수와 투신권의 종금CP 상환, 그리고 우체국의 추가 주식매수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주가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성공할 것인가.

현시점에서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증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들의 매매행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등을 배려한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제도 등이 외국인들의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만 낳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의 30%가량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5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5개종목만 30조원 이상을 보유중이다.

이들은 나스닥시장의 급등락으로 환매에 시달리고 있다. 12월 중순 미국 뮤추얼펀드에서만 190억달러의 대량 환매가 일어난 것은 외국인들이 언제든지 순매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들어 미국의 헷지펀드인 '야누스펀드'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을 대량 매도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어 '유동성장세'는 불가능하다고 김태우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주장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도 유동성장세를 어렵게 한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외국인들은 주식과 통화에서 모두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경제의 성장률 둔화로 환율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차손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예상된다고 삼성증권은 전망한다. 상반기에만 5조원 이상 매도할 것이란 얘기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현대투신 등 현대그룹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것도 유동성 장세를 어렵게 만든다고 김철중 쟈딘플레밍 시장전략가는 주장한다. 한계기업 처리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기에는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투자자들은 '위험회피'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우량자산선호(Flight to quality)'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도 "기껏해봐야 개인들이 저가대형주인 건설주와 증권주 등에 투기적으로 매매에 참여하는 형태에 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섣부른 기대감으로 매수에 가담하지 말라는 얘기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