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올해 만기도래하는 25조원 규모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후 국내증시가 연초부터 '투기판'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틀간 거래에서 증시는 사실상 독자생존력을 상실한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다.
수출을 주도할 우량주들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3일 거래소시장에선 83개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쌍용정보통신의 매각으로 자금난을 덜게 될 쌍용양회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처럼 상한가를 기록할 재료를 보유한 종목도 있었다.하지만 상당수가 올해 '한계기업 퇴출은 없다'라는 정부발표에 힘입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한계기업퇴출'이란 구조조정보다 '유동성 지원'을 선택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들 상한가 종목들은 법정관리상태나 사양산업의 대표주자, 동종업계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오다가 갑자기 부상한 종목들이다.
가령 법정관리상태인 동아건설이 연 14일째(매매일 기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서 대한통운(법정관리) 우방(법정관리)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김도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들 한계기업의 강세를 "실업률급증과 경기급강하를 우려하는 정부당국이 경기부양에 보다 역점을 두면서 적어도 '유동성부족으로 망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여기다 외국인과 국내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참여하기보다는 관망하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 위주의 '난장판'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고 김 선임연구원은 설명한다.
즉 청산가치를 훨씬 넘는 '휴지조각'을 사서 한푼의 이윤이라도 남겨 또다른 투자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청산가치가 300원도 안되는 법정관리상태의 동아건설 주가가 2840원까지 상승한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김 선임연구원은 경고한다.
이처럼 연초부터 국내증시가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칫 '자본시장 안정후 한계기업퇴출'이란 정부의 '마지막 희망'까지 좌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상돈 한가람투자자문 상무는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선회한 충정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과거 국내증시가 보여주듯 한계기업이 퇴출이 지연될 경우 증시가 기업자본조달창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투전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기급강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우량주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는데 현재같은 시장분위기론 목표달성이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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