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황청,태반-탯줄 활용은 묵인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30분


로마교황청이 인간배아복제에 대한 대안으로 태반과 탯줄을 이용한 연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카톨릭 계열의 로마 성심대학은 지난 1일 ‘태반은행’을 출범시켰는데, 앞으로 치료목적의 줄기세포를 태반과 탯줄에서 뽑아내는 일을 맡게 된다.

줄기세포는 몸의 모든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세포로 혈액세포, 뇌세포, 골세포 등 다양한 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성인의 골수에서도 뽑아낼 수 있지만 그 양이 적어 과학자들은 수정 후 1주일 정도 지난 초기 배아의 줄기세포가 치료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인간배아복제는 이러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추진돼온 것.

특히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치료목적의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인공수정 및 배아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영국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이 법안과 인간배아복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치료목적일 경우 신경조직과 척추가 형성되지 않은 수정 후 14일 이내의 ‘세포덩어리’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떼어 내 배양, 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배아복제는 자칫하면 인간복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로마교황청 역시 치료용 목적이라도 인간배아복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8월 교황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윤리적으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인간배아복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줄기세포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뿐 아니라 암과 심장병 치료를 위한 열쇠라는 데는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태반은행 개설은 치료용 줄기세포를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얻기 위한 로마교황청의 타협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배아에 비해 양은 적지만 태반과 탯줄의 혈액세포에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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