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김재희 교수팀은 모니터 위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용자의 시선과 얼굴의 움직임을 파악해 이에 따라 감시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의 각도와 줌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또 이 기술을 응용하여 가상 미술관의 작품을 직접 걸어다니면서 감상하는 것 같은 효과나 가상 쇼핑몰의 매장을 둘러보며 물건을 주문할 수 있게 하는 3차원 가상현실에서의 응시위치에 따른 이동 기술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사용자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최우선으로 한 제품들만이 살아남는 감성공학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감성공학(Human Sensibility Ergonomics)이란 인간이 오감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학문이다. 쾌적함, 불쾌함, 세련됨 등 막연하고 다소 주관적인 상태를 수치화하여 소비자의 감성에 맞는 제품 및 환경을 만드는데 기초로 활용한다.
사람의 감성은 나이, 성별, 국적에 따라 다르므로 이를 수치화하려면 많은 조사와 DB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주축이 돼 한국인의 체형, 음성, 표정 등 대한 DB 구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감성공학 관련 기술의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우전자 디자인연구소는 조명 등 외부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화질을 찾고 시청자가 자주 찾는 채널을 기억해 뒀다가 우선적으로 틀어주는 ‘감성 퍼스널 TV’를 개발했다. 연구소 김상용 이사는 “디지털TV 시대에는 채널수가 수백 개”라며 “따라서 사용의 편리성은 디지털TV 판매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얼굴과 체형을 분석해 표정과 몸짓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연세대 정찬섭 교수팀이 개발의 주역. 연구자들은 배우 24명을 대상으로 1500장의 표정 표본과 발레리나 4명으로부터 100가지 기본 제스처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표정 및 제스처의 표현 시스템이 완료돼 사진 한 장만으로 어떤 사람의 표정이나 제스처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시스템의 개발로 우리나라도 영화 애니메이션이나 사이버캐릭터 등 첨단 영상산업분야가 꽃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착용감 쾌적성을 고려한 감성적 내의 개발’이나 ‘자동차 운전 피로 경감 시스템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 감성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감성시대, 21세기가 열리고 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