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왼쪽으로 도는 쥐는 면역력이 약하다"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30분


“왼손잡이는 병에 잘 걸린다?” 1982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게쉬윈드 교수와 영국 글래스고대 베한 교수는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글래스고 지역의 편두통 환자의 12%, 근육무력증 환자의 13%가 왼손잡이로 일반 시민 중 왼손잡이의 비율인 7%를 넘는다고 보고했다. 그 뒤 몇몇 과학자들이 왼손잡이는 일반적으로 키가 작고 체중이 덜 나가며 사춘기가 늦고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들은 잘못된 통계자료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로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차이가 없다는 반박 논문들도 발표돼 이 문제는 여전히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왼손잡이가 정말로 면역력이 약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화학과 김동수 교수와 미국 뉴욕주립대 데이비드 로렌스 교수(독성학)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생쥐의 면역력을 분석한 논문을 ‘뇌 행동 면역’지에 실었다.

사람이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듯이 생쥐도 제각각 움직일 때 좋아하는 방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나이 성별이 같고 유전자가 비슷한 생쥐들을 주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도는 집단과 방향성이 없는 집단 등 3군으로 나눈 뒤 각각에 균을 주사했다. 3일 뒤 비장을 떼어내 그 속의 균을 분석한 결과 왼쪽으로 도는 집단의 비장에서는 오른쪽으로 도는 집단 보다 10배나 많은 균이 검출됐다. 한편 방향성이 없는 쥐에서는 중간 값을 가졌다. 균의 숫자는 생쥐의 면역력과 반비례한다.

김교수는 “행동의 편향성을 이해하려면 그 원인인 뇌의 편향성을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연구가 어렵다”며 “이번 실험 결과는 뇌의 편향성이 면역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왼손잡이 아이에게 왼손을 못쓰게 했지만 요즘은 그냥 놔두는 추세”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양손을 다 쓰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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