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만 졸업한 순미는 집안일을 돕기위해 아버지(김인문)를 따라 공사판을 전전한 선머슴같은 처녀. 가난이 원수라며 큰아들(황인성)을 부자집으로 장가보내는 것이 소원인 어머니(반효정)는 그런 순미를 박대하고 아버지도 급작스레 돌아가시지만 순미는 꿋꿋하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꿔간다. 그리고 그런 곧은 심지와 낙천성으로 부자집 큰아들 박기현(박상원)의 사랑과 주택사업가로서 성공을 모두 이뤄낸다.
그래서 공사판에서 남정네들과 거친 욕설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주먹질도 마다않는 순미 역에 명세빈(26)이 캐스팅된 것은 뜻밖이다. 연기활동 4년 동안 출연했던 <순수> <종이학> 등에서 그녀는 청순가련한 여성역을 주로 맡았었다.
“그 동안 제 연기는 늘 제자리를 맴돌았던 것 같아요. 연기자가 한가지 이미지에만 고정된다면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없지 않겠어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좋은 연기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사실 그녀의 연기변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MBC 미니시리즈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성적 매력이 넘치지만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부자집 딸 현미래역으로 순수일색의 자신의 이미지에 새로운 색깔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함초롬한 꽃같다”는 허웅 PD의 말처럼 가냘프게만 보이는 외모에서 강렬한 성적 매력이나 억센 여성상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왜요? 저도 나름대로 섹시한 면도 있고 거친 구석도 감춰져 있어요. 아직 제대로 표현하질 못해서 그렇지…”
공사장에서 나이 지긋한 인부들을 부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그렇게 부끄럼을 탔지만 막상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너무 재미있어 끝내기가 아쉬웠다”며 짐짓 터프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성공적 연기변신을 기대해 본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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