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깨우쳐야 언어사고력이 발달된다’는 조기 교육론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영유아 학습교재 시장도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확대돼 연간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 영어-한글 등 교재시장 2조원대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에 사는 박정윤씨(34)는 첫째 딸에게 3년째 ‘방문과외’를 시키고 있는 직장여성. 그는 딸 김지원양(4)의 첫돌이 지나자마자 색깔 도형 낱말 등을 담은 ‘시리즈물’ 어린이 교재를 60만원에 샀다.
지원이가 2년 동안 카드와 책 등 50여권 분량의 이 시리즈물을 다 마치게 되자 최근 100만원을 주고 2∼3년치 학습분량의 영어 교재 시리즈물을 또 다시 구입했다.
이들 교재는 과외 선생님의 ‘출장 지도’를 통해 단계별로 학습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편찬된 것이 특징.
일주일에 한번 꼴로 집으로 방문해 15분 가량 학습지도를 해주는 선생님에게 매달 3만5000∼4만원씩의 과외비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 책값 수십만원…출장지도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교재들이 예쁘고 입체적으로 꾸며진 것 같아요. 남들이 다 하니까 ‘방문 과외’를 시키고 있지만 사실 교육적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어요.”
이같은 영유아 대상 학습교재를 판매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시중에 30여곳이 넘고 있으며 한글 수학 영어 등 각 과목에 맞춰 방문과외도 성행하고 있는 상태다.
김모씨(36)는 5세된 아들에게 ‘가정방문 한글학습’을 2년간 시켜오다 최근 ‘영재 과외’로 방향을 바꿨다.
김씨는 “아들의 학습능력이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월 15만원 정도를 들여 일주일에 한 시간씩 집중 영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재과외는 별도의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지도 교사’가 직접 들고온 학습 교재와 도구를 이용해 아이 수준에 따라 한글, 영어, 산수 등을 가르치는 ‘토털 과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영유아 과외열풍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 "강요땐 정서불안 초래" 지적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만 2∼8세에 지능지수의 80%가 결정되는 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학습체험을 일찍 시켜줄수록 좋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아동교육전문가들의 감수를 받은 수준높은 영유아 교재들이 유통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대 이순형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중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2∼3세 아이들에게 인위적인 학습을 강요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