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김은실씨 "깍두기 썰며 도형공부해요"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53분


“배추에 소금을 뿌렸더니 왜 물이 생기지?”(배추김치―삼투압의 원리)

“기다란 무를 자르니 원통이 생기고, 원통을 자르니 직육면체가 됐네.”(깍두기―도형공부)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주부 김은실씨(37·경기 용인시 이동면 천리)는 경험을 통해 ‘요리만큼 효과적인 체험학습은 없다’는 걸 터득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묻는 자녀들의 호기심을 즉석에서 실습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감과 두뇌를 발달시킨다〓달걀껍데기 까기 어슷썰기 채썰기 혹은 밀가루반죽하기 등을 통해 아이는 손가락에 다양한 자극을 받게 되고 이것은 두뇌발달과 연결된다. 종이접기 찰흙놀이와 비슷한 원리다. 오이나 피망을 만지며 ‘오돌토돌하다’ ‘매끄럽다’ 등의 표현력도 키운다. 스스로 만든 주먹밥의 이름을 ‘주근깨 박사’식으로 짓도록 유도하면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수학과 과학〓식빵을 사선으로 자르면 삼각형이 두 개, 십자로 자르면 사각형이 네 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해지는 야채들을 보여주며 ‘기화’를, 달걀찜이 익는 것을 보며 ‘열에너지의 이동’을 설명할 수 있다. ‘얼음 토마토 셔벗’을 만들면서는 ‘어는 점(빙점)’이 뭔지를 알려준다. 냉동실에 있는 생선이나 쇠고기가 얼지 않는 것을 보며 “물보다 어는 점이 낮아서 그래”라고 말하면 된다.

김씨는 육아잡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아주 특별한 교육―요리놀이 29가지’를 펴내기도 했다. 고려대 성영신교수(심리학과)는 “특히 유아기 때는 ‘1+1〓2’라는 식의 추상적 형이상학적 학습 행태보다는 익숙한 형상물을 통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리’역시 손쉽게 아이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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