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이 불안하다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03분


작년 11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원화가치는 3일 매입기준으로 한때 달러당 1300원을 넘기도 했다. 정부의 관심표명으로 막판에 떨어지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3년 동안 요즘처럼 단기간에 환율의 등락폭이 컸던 경우가 없기에 최근 추세는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채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는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에서 한가한 풀이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하강기에 들어선 때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자칫 작은 불이 큰 불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최근의 환율상승 원인은 다양하다. 당국은 수급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불안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곧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그런 전망은 작년 11월부터 나왔던 터라 이제는 더 이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물론 연초에 집중된 수입대금 결제 등 계절적 요인의 달러수요가 상황을 더욱 나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지나친 비관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또 엔화약세와 국제 투기자본의 이동 등 우리 영향력 범위 밖의 외생적 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서울주재 외국투자가들과 민간 외환전문가들이 이번 현상을 크게 구조조정 부진에 따른 비관적 경제전망과 정국 불안정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두 가지 모두 국내요인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권이 극적으로 안정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 분석은 정부가 달러를 풀지 않는 한, 그리고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환율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개입은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대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근본적 치유방안은 구조조정에 대한 확신을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심어주는 일뿐이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 아래 달러 매집에 나선 것도 환율상승의 간접요인으로 지적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개인의 이익실현을 도덕적 기준으로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국민 모두는 3년 전 환란의 요인 중 하나가 달러투기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정부개입 가능성 때문에 3일 외환시장은 진정세를 보였지만 상승추세가 바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차제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근원적인 치료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