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발표에 이은 은행권 최초의 1주일 장기 파업. 초췌할 것으로 여겨졌던 두 은행장의 새해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집무실에서 만난 주택은행 김정태행장은 국민은행과 합병의 성공은 두 은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고 강조했다.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2조5000억원의 시너지효과가 생기는 것은 물론 다른 은행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 짝짓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것. 하나-한미은행간 합병이 이뤄질 경우 은행권은 올해 급속한 재편을 맞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훈국민은행장은 합병은행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예금금리 인하와 수수료 현실화 등을 치고 나올 경우 다른 은행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국내 은행권이 선진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행장은 특히 합병 이후 시장을 선도해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양 행장은 그러나 이같은 장미빛 기대는 성공적인 합병을 전제로 하는 것 이라며 파업으로 불거진 양 조직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양 은행의 조직을 부문별로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관건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화학적 융합 을 우려하는 것처럼 양 행장도 이를 합병 성공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김정태행장은 이와관련 양 조직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 성과급제도에 대한 복안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 양 은행장은 적지않은 우려를 던졌다. 우선 부실은행 모듬 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노사정이 합의한대로 2002년 6월 이전에 서둘러 기능재편을 끝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주택-국민은행의 합병과 함께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가 성공적인 출발을 해야만 진정한 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행장이 올해 은행권에 기대하는 또 한가지는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은행 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가 시한을 정해 부실기업을 일시에 정리해왔으나 올해는 이같은 일이 사라질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더불어 지난해 내내 금융권을 짓눌러왔던 기업자금 경색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훈행장은 올해 은행권은 합병이나 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통합이 되어가면서 기업자금 능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여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본다 며 또 올해는 선진 금융기관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김정태행장은 지난해만 해도 은행권이 BIS비율 때문에 기업부실에 대해 과감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며 그러나 이미 은행권에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사전에 기업부실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서서히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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