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희라/음식문화도 국가경쟁력이다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12분


관광산업은 전세계총생산(GWP)에서 1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산업이다. 이는 금융 통신 자동차 등 어떤 산업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다. 관광산업을 구성하는 4대 요소인 먹을거리 살거리 놀거리 볼거리 중에서도 먹을거리는 부가가치가 40%에 이를 정도로 가장 높고 외화획득에도 큰 공헌을 하는 요소다.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는 문화적 파급효과가 국경을 넘어서 지속되는 전략적 요소다.

세계에서 가장 알려진 음식은 프랑스 음식과 중국 음식이다. 그러나 중국 음식은 탁월한 맛과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음식만큼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권위를 자랑하는 음식평론책인 미슐랭에서 최고점을 받은 파리 앙브루아즈 프렌치식당에서는 최고급 풀코스 식사에 1인당 600달러를 내야 한다. 최상급인 프르미에 그랑 크뤼 포도주를 포함하면 가격은 무한대로 치솟는다. 그러나 중국 음식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뽑은 중국식당으로는 세계 최고인 홍콩 리젠트호텔의 ‘라이칭힌’에서도 1인당 300달러를 넘지 못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프랑스 음식의 경우 미각은 물론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디자인에 대한 비용까지 손님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질이나 맛은 물론이고 식당 분위기,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 등이 조화를 이뤄 오감의 극대화를 창출한다. 중국 음식은 미각 위주의 접근 방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대중적으로는 사로잡았지만 오감을 동원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세계 주요도시에서 한국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국 음식은 프랑스 일본 중국 음식처럼 독자적인 음식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고 태국 베트남 음식 등과 함께 민족음식(ethnic food)으로 보통 분류된다. 한식의 맛은 나름대로 자랑할 만하지만 아직 세계 소비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식은 1인당 100달러를 넘지 못한다.

한국 음식이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세계적 음식이 되려면 미각은 물론 시각 청각 후각 촉각에 있어서도 조화를 이룬 음식으로 개발돼야 한다. 보통 수준의 디자인에 드는 비용이 1이라면 최고 수준의 디자인에 필요한 비용은 1.5나 2가 아니라 5일 수도, 10일 수도 있다.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 디자인의 제품은 보통 제품의 10배, 10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몇 개만 있어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은 바로 음식이다. 2001년은 ‘한국 방문의 해’이고 2002년에는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린다. 이런 굵직한 행사는 문화의 세기가 될 21세기의 첫 단추를 채우고, 한국의 새로운 미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송희라(요리평론가·美食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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