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또 '공직비리 수사'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12분


1959년 6월3일. 싱가포르 시청 앞에선 인민행동당의 총선 승리 자축행사가 열렸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꼽히고 있는 ‘리콴유(李光耀)시대’의 개막이었다. 당시 리콴유 총서기를 비롯한 인민행동당 당선자 43명은 모두 흰 양복을 입고 연단에 올랐다. ‘청렴한 정부’를 다짐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서 리콴유는 “이제 부패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바라는 것들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리콴유는 총리 취임 후 그의 다짐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다. 1960년 이름뿐이던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고 그 집행기관으로 독립 수사기관인 부패행위조사국을 설립했다. 부패행위조사국은 지금도 싱가포르 공직사회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리콴유는 1990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때로는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깨끗한 부자 나라’를 만든 위대한 정치인이란 찬사도 뒤따른다. 1998년 펴낸 그의 자서전은 ‘나라 만들기의 교과서’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직비리 척결은 어느 나라나 한결같이 내세우는 국가적 과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뇌물사건에 연루된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고 현직 사법부장(법무부장관)을 해임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올해부터 공직자 재산신고제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1992년 헌법을 개정해 부패예방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미국은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을 제정해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패 행위도 처벌하고 있을 정도다.

▷부패 척결이 다급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잊을 만하면 사정(司正)이란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늘 시원치 않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때 사정 문제가 불거져 ‘국면 전환용’이란 의심을 사기 일쑤다. 엊그제 정부의 사정 관계자가 “국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며 불쑥 공직자 비리 조사에 대해 언급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반부패기본법과 돈세탁방지법 등 개혁 입법은 미뤄 놓은 채 말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대근 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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