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말많은 공무원 봉급인상

  • 입력 2001년 1월 3일 19시 17분


올해 공무원 봉급 인상폭(총액기준 6.7%)에 대한 서민들의 ‘정서적’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제난 때문에 서민들이 실업과 소득삭감 등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봉급을 올리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취지다.

남편이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30대 후반의 한 주부는 3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남편이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판에 공무원 봉급인상 얘기를 들으니 부아가 치밀어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잘 했으면 경제가 이 지경이 됐겠습니까.”

이 주부는 특히 정부가 올해 예산에 보수조정 예비비 2000억원을 편성해 하반기 중 민간기업 임금이 오를 경우 1.2%까지 추가 인상할 수 있게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한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40대 남자는 “예비비까지 마련한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이 돈을 실업대책이나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인상계획은 공무원 보수를 지난해부터 2004년까지 민간 중견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장기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비비는 민간기업의 임금이 많이 오르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 보수는 민간 중견기업의 88.4% 수준.

더구나 공무원의 72.2%가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계비(4인 가족) 241만7900원에 못미치는 등 박봉에 시달리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정부는 당초 공무원 보수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 각종 개혁에 최선을 다하고 행정서비스를 잘하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서민들의 ‘정서’도 충분히 이해되고, 정부의 ‘논리’도 그럴듯하다. 공무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늘 생각하며 봉급인상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양기대<사회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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