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원식/자생력 가진 신도시 조성을

  • 입력 2001년 1월 4일 18시 50분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거 환경 및 도시 공간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건설교통부가 경기 파주를 비롯한 수도권과 대전에 5개의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3일 발표한 것은 경기 화성을 대상으로 하는 신도시 계획안과 함께 이미 관련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도시와 대등한 관계여야▼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도시 주변의 거대도시 계획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대규모의 인구 유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도시 체계 하에서는 비인간적인 척도와 환경의 문제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들 도시는 국토계획과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어서 계획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검토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도시라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기존의 도시를 중심으로 동심원적인 발전을 이루거나, 혹은 기존 도시와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교통 체계 등의 유기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의해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안된 각 개발 대상 지구의 계획안들은 연결된 도로를 따라 마치 혹이 하나 늘어나듯이 기존 도시에 가깝게 배치돼 있어서 자체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은 약화되고 대등한 관계가 소멸될 것이 너무나 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계획이 발표됐거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신도시들은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 이웃하거나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계가 수평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수직적 종속적 관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이들 도시는 기존의 대도시를 지탱하고 기능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하부 체계를 구성하면서 아울러 자주적인 도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부적절한 모양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경기 구리 안양에서처럼 기존의 도시가 증폭되거나 새롭게 건설된 도시들은 기존의 대지 및 전체 환경이 갖고 있던 분위기와 정신 등이 거의 다 지워지고 없는 상태다. 그 대신 이들 도시는 서울의 변두리로서, 그리고 교외의 위탁 공간으로 나가기 위한 전이적 공간의 역할만 떠맡고 있을 뿐이다.

이런 곳에서는 장소가 지닌 고유한 성격은 상실되기 마련이며 방향성을 찾기 힘든 사막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가고자 하는 종착 지점은 단지 요란하게 외치고 있는 네온사인과 간판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다. 그리고 이들 도시가 지니고 있던 역사성 상징성 혹은 정신은 모두 해체돼 붕괴되고 껍데기만 남은 콘크리트 고층 건물들이 임야 전답 산악은 물론이고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높이 경쟁에 동원되기 일쑤다.

그리고 신도시가 건설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른바 분당 평촌 산본으로 불리는 신도시는 그것들이 위치하고 있는 성남 안양 등의 구도시 조직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 되어서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위계가 신도시와 구도시의 공간으로 너무나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신도시의 건설이 타당성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신도시의 건설은 물량으로써 기존의 도시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충족시키려는 안이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도록▼

이미 기존의 대도시는 양적으로 팽창할대로 팽창하여 서울의 경우 내부의 인구만 하더라도 벨기에와 같은 소규모 국가의 인구와 맞먹는 규모에 이르렀다. 따라서 더 이상 증식과 번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삶의 질의 저하, 사회학적 심리적 경제적 문제 등을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도시의 건설은 수도집중형의 계획보다는 좀더 거시적인 차원, 즉 국토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다뤄지고 고르게 분포되도록 조정돼 고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위성도시의 설치와 개발보다는 자주적 생명력을 지닌 독립적인 도시 및 도시 구역의 설정과 육성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김원식(한양대 겸임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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