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서울시 '반부패지수' 발표

  • 입력 2001년 1월 4일 18시 50분


《“우리가 동네북이냐.” “시정(市政)에 사사건건 ‘딴죽’만 걸지 말라.”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크게 맞붙었다. 서울 최고의 ‘갑부구’인 강남구청과 서울시의 묵은 갈등이새해 들어 본격화된 것. ‘싸움’은 서울시가 지난해말 2000년도 반부패지수 평가에서강남구가 2년 연속 20위 이하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강남구는 발끈했다. 즉각적으로 ‘잘못된 서울시의 반부패지수 조사발표’란 제목의 신랄한 반박문을 구청 홈페이지에 올려 반격에 나섰다. 》

‘공정성이 결여된 서울시의 조사 대신 시민단체에 의뢰해 자체적인 청렴도 조사를 할 계획이었는데 일방적으로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서울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은밀히 입수한 자료들을 토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해 전 구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서울시는 “갤럽 등 여론조사전문기관이 공정하게 조사한 수치”라며 강남구의 ‘음모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가 서비스 만족도 조사 등에 대한 구청별 순위를 발표할 때 하위권 명단은 언급하지 않은 전례에 비춰 이번 발표는 다분히 의도적인 냄새가 짙다는 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번 발표는 각 자치구에 부패척결을 위한 자정노력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서비스 만족도 조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서울시를 상대로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확전(擴戰)’을 불사할 태세다.

양측의 갈등 이면에 깔린 핵심은 역시 ‘돈’문제. 각종 사업을 벌여야 할 서울시로서는 강남구의 막대한 재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강남구는 사사건건 ‘비협조적’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종합토지세와 담배세간의 ‘빅딜’논의도 이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서울시는 강남북지역 자치구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구세(區稅)인 종합토지세와 시세(市稅)인 담배소비세를 ‘맞바꿀’ 것을 주장하지만 강남구는 ‘결사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구세 8241억원 중 종토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3%인 4400억원. 이 가운데 1위인 강남구(808억원) 세수액이 꼴찌인 도봉구(67억원)의 10배가 훨씬 넘었다.

반면 담뱃세는 총 4682억원이지만 구별 차이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

고건(高建)시장은 “갈수록 심화되는 자치구별 재정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세목을 맞바꾸기 위한 입법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세목 교환은 각 자치구의 행정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권문용(權文勇)구청장은 직접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연말에는 고시장의 입법추진 움직임에 또 다시 제동을 걸었다.

양측의 갈등 이면에는 ‘정치적 성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은 한나라당의 아성이나 다름없고 서울시장은 민선(民選) 2기째 민주당이 거푸 석권했기 때문이다.

<정연욱·윤상호기자>jyw11@donga.com

서울시와 강남구의 쟁점 사안별 입장
쟁점별 사안강남구서울시
2000 반부패지수 조사 결과 자체 청렴도 조사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대상에 포함시켜 2년 연속 허위결과를 발표, 구민의 명예를 실추시킴강남구만 예외 불가. 자료제출을 거부해 본청 및 유관단체로부터 입수한 동질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 조사신뢰도에 문제가 없음
종합토지세(구세)와 담배세(시세) 맞교환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 세목교환은 자치구의 행정자율성 침해를 초래갈수록 심화되는 강남북지역 자치구간의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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