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안 투자리서치사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에 개인 투자자, 민간과 정부의 연기금 등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전체 금융자산의 61%를 차지했다. 10년 전 31%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들의 주식투자는 미국 경제호황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소비지출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만 3조달러가 사라진 지금 소비자와 기업은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피안의 부사장 로렌 코베트 등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감원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또 최근의 경기후퇴 조짐이 기업의 과잉투자 때문이라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럴 경우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며 금리인하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한다.
이런 예측이 모두 옳은 것이라면 2001년의 주식시장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그레첸 모겐슨과 플로이드 노리스가 금융시장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전문가 3명에게 물어봤다.》
2001년 미국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기술주의 반등은 가능할까. 또 침체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금융시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J P 모건의 주식전략가 더글러스 클리고트는 S&P 지수가 약 1300선에서 2000년을 마감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한 바 있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경영자(CIO) 제임스 폴슨은 경제와 시장의 변화를 남들보다 먼저 포착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릴린치의 크리스 캘리스는 지난해의 경제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한 투자전략가이다. 다음은 대담 내용을 요약한 것.
Q:2000년은 오래간만에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해였습니다. 이런 추세가 2001년에도 계속될까요? 아니면 예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갈까요?
▽캘리스〓주식시장의 상황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입니다. 우리 예측에 따르면 2001년에는 금리 인하조치가 무려 네 번이나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조치들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올 3·4분기나 연말에는 S&P 지수가 1720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폴슨〓나는 금리 인하가 그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주가의 변동은 분야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입니다. 아마도 기술부문과 경기에 민감한 부문은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할 것입니다.
▽클리고트〓우리는 올 상반기와 하반기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반기는 지난 6개월과 매우 흡사할 것입니다. 6월말경이 되면, 많은 주식들이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2002년에 대한 전망을 할 수 있게 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다시 수익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갖게 될 것입니다.
Q:연말 다우존스, S&P, 나스닥 지수는 어느 정도 선을 기록하게 될까요?
▽클리고트〓각각 11,000 1,400 2,500이 될 것입니다.
▽폴슨〓11,250 1,450 3,000으로 예상합니다.
▽캘리스〓11,500 1,600 4,000 정도로 예상합니다.
Q: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폴슨〓그럴 확률이 상당합니다.
▽클리고트〓어쩌면 지금 이미 침체가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캘리스〓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경제주기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경기 둔화를 특정 부문에만 국한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중요한 부문은 두 가지입니다. 개인소비와 금리인데, 이 분야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돈을 빌려서 집을 살 의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주택 구입 성향은 금리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므로 장기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지금 소비자들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폴슨〓소비자들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그 전 몇 해 동안 계속해서 내구재를 엄청나게 사들였습니다. 따라서 내구재 소비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집, 자동차, 컴퓨터를 모두 사들인 사람이 과연 그런 물건들을 얼마나 더 사들이겠습니까?
Q:클리고트씨는 어쩌면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클리고트〓미국 가정의 소비는 현재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실업률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기업들을 살펴보면 통신장비, 컴퓨터, 반도체, 산업장비 등의 분야에서 성장속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FRB가 이번 겨울에 어떤 조치를 취해도 2001년 전반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겨울에 FRB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경기둔화의 정도와 지속기간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경기둔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습니다.
▽폴슨〓미국은 1995년과 97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을 겪었지만, 실제로 경제가 침체되지는 않았습니다. 95년에 미국을 구해준 것은 개인용 컴퓨터의 폭발적인 성장이었고, 97년에는 인터넷 혁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처럼 주기적인 경기침체를 커버해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 없습니다.
▽클리고트〓맞습니다. 현재 기술부문은 25%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갈 곳이라고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만약 기술부문의 성장률이 0으로 떨어진다면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아래로 내려갈 것입니다.
▽캘리스〓나는 시장이 여러 차례에 걸친 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지출의 감소가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22∼23%였던 자본지출이 올해 갑자기 마이너스 8%로 감소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10% 안팎으로 예측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Q:2001년의 국내총생산(GDP)은 어떻게 될까요?
▽캘리스〓내 동료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메릴린치 경제분석가)는 분기별 성장률이 2.3∼3.8%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폴슨〓나는 1.5%대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조금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률이 0이 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분기도 한두 번쯤 있을 것 같습니다.
Q: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면 다른 나라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클리고트〓우리는 올해 유럽이 미국보다 약간 빠른 성장속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의 성장속도가 정말로 빨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침체속도가 유럽보다 더 빠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경제가 내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아마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폴슨〓우리가 정말로 ‘아시아의 경제위기’라는 불을 껐는지 아직 의문이 존재합니다. 그 때를 되돌아보면, 미국의 인터넷붐이 전세계에서 아시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일본은 지금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시아의 신흥 개발국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유럽의 상황은 조금 낫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물건을 수입하지 않게 되더라도 세계경제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지 곧 알게 될 겁니다.
(http://www.nytimes.com/2001/01/02/business/02ROU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