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창희의원의 '정도'

  • 입력 2001년 1월 4일 19시 02분


민주당의원 3명을 이적시켜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려던 여권의 계획이 자민련 부총재인 강창희(姜昌熙)의원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여권의 그같은 ‘실패’는 정당정치의 원칙과 정도를 무시한 당연한 결과다.

여권은 당초 민주당의원 3명을 ‘임대’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드는 것이 ‘정국 안정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란은 그것이 ‘대국민 기만극’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권에 정도를 걷길 당부했다. 강의원도 어제 “정도를 벗어난 교섭단체 구성에는 찬성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과 자민련 지도부는 입당 의원들을 모두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의원 임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고 김중권(金重權)민주당 대표는 의원 이적이 ‘정국 안정의 초석’이라고 한다. 민심이 어떤지,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난국이 초래된 것도 정치권이 그처럼 민심의 향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당파적 이해에만 집착한 때문이다. 원칙과 정도를 외면하다 보니 국정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졌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자민련은 어제 임시 당무회의를 열어 강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자민련이 교섭단체 의석 20석을 채우려면 3명의 ‘임대 의원’ 외에 또 다른 의원 1명을 입당시켜야 한다. 과연 그렇게 계속 무리수를 둘 것인지 궁금하다. 당장 당내에서도 강의원의 제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순리를 따르는 일이다. 강의원의 말대로 ‘임대 의원’ 3명은 ‘원대 복귀’해야 한다. 그 다음에 여야가 국회법 개정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통해 국회법이 개정되고 자민련이 교섭단체의 자격을 얻게 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또 그런 자격을 못 얻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어야만 DJP공조가 잘 되고 정국이 안정된다는 법은 없다. 더구나 총선 민의에 따르더라도 자민련이 꼭 교섭단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은 맞지 않다.

순리가 그러한데도 어제 청와대에서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와 7번째 영수회담을 가진 김대통령은 “내일이라도 국회법을 표결로 통과시킨다면 (의원 3명을) 돌려올 수도 있다”면서 국회법 처리를 막은 한나라당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앞서 자신의 책임부터 통감하고 민심을 올바로 읽어야 정국이 풀린다. 아직도 김대통령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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