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미트 페어런츠>"장인어른 제가 맘에 안드세요"

  • 입력 2001년 1월 4일 19시 03분


남자 간호사 그렉 퍼커(벤 스틸러)는 여자친구 팸(테리 폴로)에게 청혼하려는 순간, 팸이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예의바르다고 칭찬하는 말을 듣고 팸의 부모에게 인사를 먼저 하기로 결심한다.

그렉은 골초에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팸의 아버지 잭(로버트 드니로)은 흡연자를 싫어하고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한다. 자신과 맞는 구석이 전혀 없는 잭 때문에 당황한 그렉은 실수를 연발하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와 시각적으로 기괴한 개그에 의존하는 요즘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화장실 유머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주요 요소는 황당한 대사와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

그렉의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해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그렉의 성(姓)인 퍼커(Focker)의 발음이 욕설(Fucker)과 같은 점을 이용한 개그 등이 곧잘 폭소를 자아낸다.

뒤로 갈수록 웃음의 선도가 떨어지고 결말이 뻔해지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강점은 미래의 장인과 사위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와 벤 스틸러의 코미디 연기다. 둘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순진한 테드 역을 맡아 국내에 알려진 벤 스틸러는 보수적이고 똘똘 뭉친 미국 중산층 공동체에 혼자 뛰어들어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정신을 못차리는 청년 역에 잘 들어맞는다.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나이들어 보여주는 코미디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애널라이즈 디스’에서 신경쇠약에 걸린 마피아 보스를 맡아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그는 미래의 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을 썩이는 아버지의 뒤틀린 심사를 탁월한 표정과 대사처리로 표현해냈다.

감독은 ‘오스틴 파워’ 1, 2편으로 코미디 장르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제이 로치.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4주 연속 흥행 1위에 올랐다. 13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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