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체데이' 폭소 뒤에 숨은 애잔한 슬픔

  • 입력 2001년 1월 4일 19시 15분


웬만해서 웃지 않을 수 없다.

1999년 첫 방한 공연을 한 러시아 마임 극단 ‘리체데이’가 5일부터 다시 성능좋은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1968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결성된 이 극단은 광대의 몸짓에 마임의 테크닉을 결합시킨 작품들을 공연해 왔다. ‘리체데이’는 사전적 의미는 아니지만 러시아에서 광대 또는 광대극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극단은 90년 베를린장벽 붕괴 축하공연에서는 ‘No Wall’이라는 작품으로 ‘찰리 채플린의 계승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크레물린궁에서 열리는 국빈 접대 문화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푸른 카나리아’ ‘마술 가방’ ‘날아다니는 모자’ 등 3∼4분 길이의 작품 24편이 옴니버스로 이어진다. 펠릭스 아가잔얀, 안나 오를로바, 안바르 리바보프 등 마임 전문 배우 12명이 출연한다.

이들의 공연은 뛰어난 상상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몸짓은 우스꽝스럽지만 그 사이에는 비극이 숨어 있다. 배우들의 빈 손은 끊임없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력’을 보여준다.

‘푸른 카나리아’는 이 극단의 대표적인 코미디 레퍼토리. 아코디언과 매미 채, 어울리지 않는 소품을 들고 등장하는 배우들은 어느새 카나리아가 돼 버린다. 다양한 색깔의 풍선이 비처럼 쏟아지는 공연의 라스트 신은 ‘리체데이’의 전매 특허로 자리잡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대사는 없지만 다양한 몸짓과 소품을 이용한 세련된 웃음잔치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14일까지 평일 오후 3시 7시반, 주말 3시 6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2만∼3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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