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일은행, 산업은행 회사채 인수 거부

  • 입력 2001년 1월 4일 19시 41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회사채를 산업은행과 채권은행단이 인수함으로써 자금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시장안정대책에 대해 제일은행이 협조를 거부했다.

제일은행은 4일 “산업은행에 인수된 회사채 가운데 채권은행 분담분에 대한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이날 제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일시에 몰리더라도 해당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혀 제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상당수 기업의 자금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이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80%를 인수하고 나머지 20%만 해당 기업이 처리하도록 하는 자금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인수 예정인 회사채 가운데 20%는 해당기업의 주채권은행에 넘기기로 했으나 채권은행들 중 제일은행이 이를 거부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회사채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형평상 제일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가 일시에 몰리더라도 도와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기업은 SK 삼보컴퓨터 일동제약 신호 동국무역 등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이 은행장으로 있는 제일은행의 경우 지난해 후순위채(CBO) 발행시에도 협조를 하지 않았다”면서 “공공 기능을 해야할 은행이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은행은 채권은행들 중의 하나이며 기업금융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아 시중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그러나 제일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기업들로서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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