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음고생 털어버린 '라이언 킹'

  • 입력 2001년 1월 4일 22시 46분


“제가 (이)승엽이 입장이었다면 뒤도 안돌아보고 가입했을 겁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파동이 극한대결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중순.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은 비록 사석이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이렇게 말했다.

선위원의 논리는 간단 명료했다. 이승엽은 삼성 선수이기에 앞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이며 그라운드에서 실력만 최고가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귀감이 돼야 하고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선수협이 동료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쓰는 단체인 게 분명한 만큼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잘못이란 것이었다.

선위원은 지난해 12월28일자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가 선수였다면 나도 선수협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밝혀 KBO와 구단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승엽이 ‘방황’을 끝내고 3일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 그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알려진 대로 삼성은 국내 유수의 그룹사 중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없다. 선수협이 목표로 하는 사단법인이 노조의 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삼성에선 자기 팀의 선수가 선수협에 가입하는 즉시 선수 방출은 물론 야구활동까지 중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25세의 순박한 청년 이승엽으로선 크나큰 심적 갈등을 겪었을 게 분명하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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