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해 11월 ‘유방암 자궁암 치료 지원법’에 대한 서명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렀다. 이 법은 민주당 소속 힐러리여사와 뉴욕주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당시 접전을 벌이던 공화당의 릭 라지오 후보가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발의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주요 법안을 대통령이 서명해온 관례에 따르면 ‘입법 1등 공신’인 라지오 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대적인 서명 홍보행사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간단히 서명만 했던 것이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아내의 정적인 라지오 후보에게 득을 안겨 행여 아내가 낙선할 것을 염려한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라지오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 홍보를 위해 공개 서명 행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악관측은 “서명식 개최 여부 결정은 백악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백악관은 힐러리 여사가 상원의원에 취임한 4일 이 같은 태도를 철회하고 발효중인 법에 대한 서명식 행사를 갖겠다고 발표했다. 또 라지오 의원에게 뒤늦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이종훈기자>taylo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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