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선생님 말씀보다 훨씬 좋았어요.’(본문 206쪽)
“선생님, 부탁인데요,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황갈색 고양이 라이오넬은 마법사 스테파누스를 졸라댔다. 사람을 싫어하는 마법사는 마지못해 고양이를 청년으로 변신시켜주었다. 라이오넬은 지체없이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났고, 활처럼 생긴 커다란 돌다리 앞에 이르렀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사람들과 노점들이 가득한 널따란 광장이 보였다. 라이오넬은 그쪽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그 때 굵은 못이 박힌 나무문이 내려와 길을 막았다. 경비대장이 거만스레 말했다.
“통행료를 내셔야지.”
“저는 돈이 없는데요. 선생님이 돈은 주지 않았거든요.”
경비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라이오넬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어서 돈을 내. 여기를 건너는 사람은 모두 돈을 내야해. 여자건 남자건 어린아이건 말야.”
라이오넬은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돈을 낼 필요가 없네요. 전 고양이거든요.”
“무슨 해괴한 소리지? 고양이라! 그러면 꼬리는 어디 갔지? 쥐새끼들이 훔쳐갔나?”
라이오넬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지금은 꼬리가 없어요. 위대한 마법사 스테파누스님께서 절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거든요.”
경비대장이 비꼬아 말했다.
“오호, 그래? 그럼 이 문을 훌쩍 뛰어 넘어가지 그래? 고양이에겐 식은 죽 먹기일텐데?”
라이오넬은 그 말을 듣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세를 낮추었다가 용수철 튀듯 공중으로 뛰어 올라 건너편 다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장터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
이렇게 겉모습만 사람을 닮았던 라이오넬은 도시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슴 속에 분노와 증오, 연민과 사랑이 들끓게 된다. 수시로 흔들리는 인간의 속마음까지 닮게 된 것이다.
라이오넬은 다시 고양이로 돌아가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살라는 마법사의 권유를 사양한다. 사랑하는 이가 생겼고, 그와 함께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기로, 이 세상의 고통쯤은 거뜬히 이겨내기로 마음을 정했으므로. 재미있고 아름다운 판타지. 작품 안에 주제를 녹여내는 작가의 기술이 마법사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도 살아볼 만하다고 믿는 어른들과,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3학년 이상 아이에게 권한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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